[기협인터뷰] CBS 이정식 사장님
200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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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TV 융합 등 뉴미디어환경 적극 대응
'신생국’ 문제 경영·인사권 일원화 후 정상화
- '노컷뉴스’ 성공 스스로도 놀라
CBS 최초의 ‘직원 출신 사장’인 이정식 사장. 그의 취임 1주년(6월28일)을 맞아 목동 CBS 사옥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이 사장은 노컷뉴스의 비약적인 성공과 함께 CBS가 최근 위성DMB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 등 잇단 호재에 고무된 듯 시종 자신감 있고 활기에 찬 모습이었다. 그는 또 민감한 사안인 ‘신생국’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태권도 유단자(2단)이면서 학창시절 레슬링 유도 등 격투기에 취미가 있었다는 이 사장은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요즘은 운동할 여유조차 없다”며 “40∼50분이라도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도 내비쳤다.
대담=김진수 본보 편집국장
문) CBS 50년 역사상 최초의 평직원 출신 사장으로 취임하신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년에 대한 감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답) 지난 1년이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두 번이나 해외에 나갈 기회가 있었는데도 시간이 아까워서 도저히 나갈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 보람 있는 것은 청취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취임 초와 비교했을 때, 지난해 말 이미 두 배 가량 올랐고 올해 상반기에는 세 배 이상 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TV의 경우 전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망의 20%도 차지하지 못했는데, 현재 90%에 이르는 만큼 주위에서 놀라운 신장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요즘 가장 즐거운 일 가운데 하나는 노컷뉴스가 상당히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점입니다. 우리는 30분 간격으로 뉴스를 내보내기 때문에 속보성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인터넷에서도 CBS뉴스만의 강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CBS뉴스가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다는 신뢰감을 갖도록 하기 위한 보완 매체로서 노컷뉴스를 활성화 시키자고 생각했고, 그런 취지로 인터넷을 강화했습니다. 여기에 ‘노컷뉴스’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의외로 굉장한 호응을 받았습니다.
이런 요인들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지방지들이 CBS뉴스를 받아쓰기 시작하는, 우리나라 언론사에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우리도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엠파스 야후 네이버 등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유료로 공급받기로 하는 등 뜻밖에도 전국적인 호응을 단시일 내에 얻게 됐습니다.
CBS가 오래된 매체라 나이든 분들의 인지도는 높은 편인데, 젊은 세대에겐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노컷뉴스를 통해 젊은 사람들 가운데 CBS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습니다. 고맙고 다행스런 일입니다.
문)‘노컷뉴스’가 이룬 성과에 대해서는 언론계 내에서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향후 어떤 방법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해 가실지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알려 주십시오.
답) 인터넷 언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접속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관심 있는 뉴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뉴스를 생산해야 합니다. 오늘(21일)도 엠파스 네이버 야후 등 포털의 뉴스사이트를 보면 CBS가 보도한 이라크 한국인 납치사건이 먼저 올라가 있습니다. 통신도 있고 다른 언론사도 있는데 CBS를 올린 이유를 물으니까 “CBS기사가 가장 빠르게 올라왔다”는 겁니다. 우리 기자들이 가장 신속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일이 생활화 됐습니다.
지금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시대입니다. 신문의 영향이 현저히 줄어든 반면 방송과 컴퓨터,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이 대단히 성장했습니다. 인터넷 뉴스로서 노컷뉴스의 영향력을 최대한 신장시켜서 CBS의 라디오, TV와 융합을 통해 매체 영향력을 극대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궁극적인 CBS의 목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성장하는 겁니다. 노컷뉴스를 어떻게 성장 발전시킬까 하는 문제는 지금 추세와 네티즌들의 수요, 변화의 추이를 살피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기사 공급을 강화하는 등 상황에 맞춰 적절히 적응해 나갈 것입니다.
문) CBS는 위성DMB 전담팀을 두고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엔 오디오부문 뉴스·정보 채널에서 TU미디어의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준비 상황과 목표는.
답) 타 방송과 경합 끝에 오디오 뉴스·정보 채널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선정됐습니다. 1년여 전부터 팀을 만들어 이번에 유일하게 뉴스정보 부분 우선협상권을 따냈습니다.
위성DMB는 당분간은 스카이라이프와 마찬가지로 돈을 많이 써야하는 사업입니다. CBS 정도 규모의 회사에게는 부담이 되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 뉴미디어 사업에 발 빠르게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뒤쳐지면 나중에는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과거 노사분규 등을 거치면서 회사가 정상적인 경영발전계획, 미래발전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등 뒤쳐진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젠 앞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이번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잘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자는 겁니다. 사장인 저도 기자 출신인 만큼 잘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뉴스보도 부문입니다. 국민이 가장 목말라하는 것이 뉴스와 보도의 공정성입니다. CBS는 지난 50년 동안 이 부분에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뉴스 부문을 성실하게 강화해 경쟁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초점을 여기에 맞추고 있고, 아직까지는 비교적 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CBS 미래발전 특별위원회가 지난달 18일 출범했습니다. 미래특위의 성격과 역할은 어떤 것입니까?
답) 미래발전위원회도 CBS의 라디오와 TV, 인터넷 등 각 분야가 어떤 전략을 세워서 어떻게 ‘금메달’을 따내느냐를 고민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이 세 분야, 우리가 하고 있는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자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현재 현실적으로 가질 수 없는 공중파 등은 고민할 필요가 없고, 지금 우리가 갖고 잘 할 수 있는 데서 금메달 따면, 이것이 총체적인 힘으로 발전해 언젠간 CBS가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매체로 성장해 정상을 차지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문) 지난해 기자협회보와의 취임 인터뷰에서 “‘빛과 소금의 방송’으로서의 짠맛이 과거보다 엷어진 게 사실”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취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과거에 잃은 CBS의 ‘맛’을 어느 정도 찾았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사실 ‘DJ 정부’ 당시 특정 지역 편향 인사를 했던 것이 보도에도 영향을 많이 미쳤습니다. 이 때문에 CBS 보도가 과거와 달리 중립성을 잃고 편파적으로 보도한 경우가 많아졌고, 많은 청취자들이 실망하고 다이얼을 돌렸습니다.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CBS는 절대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겠다고 밝혀 왔습니다. 최근엔 방송위원회 측도 CBS가 가장 공정하다는 점에서 공감하고, 그렇게 평가해주고 있어서 과거와 같은 공정성은 상당히 되찾아 왔다고 생각합니다.
문) 기자출신 사장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사장이 되기 전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어떤 것입니까.
답) 기자 출신 사장인 만큼 회사가 돌아가는 것, 어떤 것에 회사 경영의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영향력을 증대해 나가는 방법 등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영인으로서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느냐 하는 것은 아직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25∼6년을 봉급쟁이로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경영의 귀재가 되거나 유능한 CEO가 되는 것은 사실 어렵습니다. 아직까지는 선후배 같은 기분이고, 제가 직원 출신이기 때문에 직원들도 저를 직급이 조금 높아진 선배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대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이 사내 화합 도모와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 취임 당시 노사화합과 왜곡된 인사 문제를 우선 해결과제로 꼽은 바 있습니다. 이 같은 과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보십니까. 또 잘 진행이 안 된 것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왜곡된 인사관계는 많이 해소됐다고 봅니다. 노사 분규가 4∼5년을 넘으면서, 회사측에 섰던 직원들은 고속 승진을 하고 반대편에 섰던 직원들은 불이익을 당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는 취임 직후 사장 직권으로 불이익을 본 직원들에게는 특별승급을 실시해 1백50여명을 구제했습니다. 인사는 생활과 직결된 봉급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은 다소 해소가 됐다고 봅니다. 제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이 인사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인사에 있어서 적재적소의 원칙으로 인력을 배치하는 데 많은 고민을 해 왔습니다. 사원 출신이기 때문에 직원 대부분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수첩에 늘 인사 관련 메모를 적고 있고, 결정하기 전에 더욱 신중하게 고려해 판단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는 사람이 즐겁고, 받는 부서도 기분이 좋아야 한다는 겁니다.
문) CBS의 현안이 되고 있는 이른바 ‘신생국’ 문제의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답) 신생국은 사실 태어날 때부터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경영이 어려웠던 IMF 때 허가를 받으면서 지역 교계의 헌금을 받아 지역방송을 세우고 5개 신생국의 운영이사회에 인사권과 경영권을 줌으로써 대단한 혼란이 오게 됐습니다.
본사와 신생국간 계약에 따르면 신생국의 운영은 경영권과 인사권을 갖고 있는 운영이사장이 책임지게 돼 있습니다. 신생국 노동조합은 본사를 상대로 처우개선 등을 계속 요구하는데 이들 노조가 요구할 대상은 내가 아니라 자신들을 고용한 운영이사장입니다. ‘신생국’들은 지역의 형편에 맞게 조직을 슬림화해야 합니다. 예컨대 제주 인력의 절반 수준으로 본사가 직영하는 울산 방송은 올해 흑자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역 운영이사회가 운영에 자신이 없어서 인사권과 경영권을 내놓을 의향이 있다면 본사는 일정한 조건으로 협상을 거쳐 이를 회수, 신생국을 정상화 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것입니다. 여기엔 어느 정도 경과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이 방식이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상태를 그대로 두고 서울의 지원만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본사가 ‘신생국’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문) 비정규직 사원에 대한 처우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노조에서는 비정규직이 오히려 늘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고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조원으로 가입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에 동의 하셨는데.
답) 연봉계약직으로 가는 것이 추세인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이 나쁜 의미로 인식되지만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함부로 내쫓는 것은 아닙니다. 연봉 계약직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사회적인,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뽑아만 놓으면 20∼30년씩 가는 ‘철밥통’은 이제 안 통하잖아요. 비정규직 문제는 사실 운영의 묘, 봉급수준의 차가 문제입니다. 봉급수준의 차만 좁힐 수 있다면, 비정규직·연봉계약직이 반드시 문제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봉급차를 좁히는 방법 등을 모두 고려해 다각적으로 대처하려고 합니다. 특별히 비정규직이라고 차별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문) 2년여의 임기가 남아 있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특히 역점을 둘 사업이나 계획은 무엇입니까?
답) CBS의 매체영향력을 높이고, 공정한 언론의 대명사가 되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 CBS TV, 라디오, 노컷뉴스를 국민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언론매체로 성장시켜 정말 국민들이 CBS 처럼 공정하고 좋은 언론매체가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작지만 강한 언론, 작지만 가장 공정하고 신뢰받는 언론이 된다면 외형적인 성장 역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겁니다.
문) 2년 뒤 재선에 나설 의향은.
답) 열심히 해서 잘한다는 평가가 계속 된다면 스스로 얘기 안 해도 주위에서 더하라고 하겠죠. 종교적으로 보면 하나님의 뜻에 달린 거지만, 제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기자 선배로서 현장에서 뛰고 있는 기자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답) 우리 사회가 너무 양극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언론이나 사회나 할 것 없이 한쪽 편을 들어야 하고 한쪽으로 몰아세우려는 편가르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공평무사한 곳에 서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고, 이들의 수가 많아야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기자들이 먼저 중립적인 사고와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 사회적인 편가르기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을 후배 기자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기자들은 기계적인 중립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리면서도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