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김다은 PD의 ‘15분, 미리 만나요’ – 양준혁 양준혁야구재단 이사장
장주희
2014.04.10
조회 2493



세바시 김다은 PD의 ‘15분, 미리 만나요’
② 남자의 넓은 가슴은 근육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 양준혁 양준혁야구재단 이사장

녹화를 마치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현장 스테프들과 ‘그’도 한 컷 남기기로 했다. 우선 여자스텝들이 그를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섰다. 두 팔을 벌리는 그 남자에게 매달린 우리들. 나는 마치 나무에 매미가 달라붙듯 팔 아래에 안겼다. 얼핏 헤드록 자세처럼 모일지도 모르겠다. 유년기가 훌쩍 지난 지금, 누군가의 품에 이렇게 쏙 안겨보기도 처음이었다. 큰 키에 듬직한 어깨, 단단한 두 팔을 가진 이 남자. 그를 수식하는 표현은 ‘기록의 사나이’이고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양신’이다. 팬들의 마음을 봄처녀의 그것마냥 설레게 했던 바로 그 사람. 이제는 전(前) 야구 선수라는 호칭이 익숙해졌을까? 양준혁이라는 세 글자의 이름이면 어떤 설명도 불필요해지는 바로 그가 세바시 무대에 올랐다.

지난 3월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주제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이 특집 강연회를 열었다. 본 강연 전, 연사들의 리허설이 진행됐다. 웬만큼 말 잘한다는 사람들도 리허설 후에 도리어 얼굴이 굳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앞으로 한 두 시간만 지나면 빈 관객석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가득찰 것이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하며 두 눈을 반짝일 거란 생각에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리허설은 무대 위에 선다는 압박과 설렘을 고스라니 마주하는 첫 순간이 셈이다.

리허설을 마친 양준혁 선수의 얼굴도 사색이 되어 있었다. “외워지지 않는다.”며 원고 내용이 정리된 큐카드를 들고 안절부절 못했다. 스피치 매니저와 따로 회의를 할 만큼 열심히 준비를 해왔음에도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조용한 곳에 있게 해달라고 하며 한쪽 대기실에 들어가더니 나오지 않았다. 저녁 식사까지 마다했다. 문을 살짝 열어보니 소리 내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연습하고 있었다. ‘정말, 잘 하고 싶어 하는 구나’ 원고를 읽고 있는 그의 등이 야무진 다짐과 의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7시. 세바시의 3월 특집강연회가 시작됐다. 800석 가량의 건국대 새천년 홀이 꽉 찼다. 강연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 오종철씨의 인사말과 함께 박수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대기실에서 박수소리를 듣던 양준혁 선수의 심장은 아마 그 소리보다 더 큰 고동을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선수시절 마운드에 오르기 전처럼, 대기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그는 아주 천천히 숨을 가다듬었을 것이다. 대체 무엇이 이 베테랑 운동선수를 그토록 긴장시켰을까? 아마 오늘 무대에 올라 양선수가 할 이야기가 자신의 성공담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양준혁야구재단. 오늘 그가 무대에 오른 이유였다.

“오늘은 방송인, 야구선수 양준혁으로 여러분을 만나는 것이 아니고 자선야구재단의 양준혁으로 여러분을 만나려고 이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긴장된, 그리고 진지한 얼굴이었다. 은퇴식 수익금으로 시작했던 제1회 청소년 야구드림 페스티벌. 천 여 명의 학생들이 함께 한 이 대회에서 울고 웃고 환호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오래 선수생활을 했던 양준혁의 가슴에 ‘야구’라는 두 글자를 다시 새긴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양준혁 멘토리 야구단은 시작됐다.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친구들도 있었고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마음의 문을 닫은 친구들도 있었다.

“희생이라는 단어를 쓰는 스포츠종목은 야구밖에 없습니다. 희생 번트라는 게 있습니다. 앞 주자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겁니다.”

탈북자, 다문화가정아이들, 저소득층 아이들, 장애아동이 함께하는 양준혁 멘토리 야구단은 말하자면 ‘청소년 외인구단’인 셈이다. 야구단 아이들의 힘든 환경을 말하며 양준혁 선수의 눈가는 붉어졌다. 또 아이들의 달라진 모습을 말할 때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결혼도 안한 이 미혼의 남자에게 ‘아들바보’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국민타자라는 호칭이 말해주듯 양준혁 선수는 우리에게 참 친근하다. 방송을 통해 자주 얼굴을 보게 될수록 꼭 삼촌 같고 동네 오빠 같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이 평범하진 않다. 한국프로야구 타격부문에 8개의 통산 신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야구 선수로서 누구 못지않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한민국에 양준혁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산의 정상을 밟았던 그는 은퇴이후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들을 만났고 그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다. 이 남자의 두 번째 도전을 두고 성공이냐 실패냐를 판단 할 수 있을까?

오늘 오후 3시에 네이버 TV캐스트 세바시 채널 및 유투브 채널에 양준혁 선수의 강연 영상이 공개된다. ‘내가 아이들과 야구를 하는 이유’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우리는 그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영상을 다 보고 나면 그 질문이 우문(愚問)이었음을, 때로는 승패가 존재하지 않는 경기도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15분’ 양준혁 양준혁야구재단 이사장의 ‘내가 아이들과 야구를 하는 이유’은 4월 7일 세바시 유투브를 통해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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