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적인 소재인 ‘장소’를 청각적인 소재인 ‘음악’을 통해 표현해보면 어떨까? 음악으로 장소의 지도를 그리며, 장소와 음악을 동시에 재발견할 수 있다면 흥미롭지 않을까? 이 특집의 기획은 이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장소는 자신의 성격을 반영한 음악을 탄생시킨다. 음악은 그것을 낳은 장소의 특징을 담아낸다. 따라서 음악을 뮤지션이나 장르가 아닌 ‘장소’를 통해 바라본다면, 또 장소를 거주민이나 외적 환경이 아닌 ‘음악’을 통해 만난다면, 음악과 장소를 이해하는 폭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 생각의 발단이었다.
그동안 음악과 장소의 관계는 전 세계의 나라별 음악 혹은 한 나라의 지역별 음악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주로 다뤄졌다. 월드뮤직이나 미국 도시별 음악 장르 그리고 우리나라의 지역별 전통 민요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이 경우들은 음악으로 장소를 풍성히 이해하는 것이 아닌, 단지 음악의 역사와 특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장소가 거론되는 방식이다. 음악과 장소의 관계를 탐색하려면, 장소에 대한 접근이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하고 따라서 장소는 좀 더 미세할 필요가 있다.
이 특집의 무대는 서울이다. 서울은 우리나라의 현대 대중가요가 집중적으로 탄생하고 성장한 곳이다. 동시에 서울은 600년 역사도시이자 지난 100년간 격동의 근현대사 핵심 무대로서, 수많은 사건과 사연들을 품은 동네와 지역들의 무지개빛 총합이다. 음악과 장소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만나는 데에 무리가 없다.
이 특집을 통해, 서울 속 명동과 종로, 여의도, 신촌과 대학로, 동대문과 청량리, 영등포와 구로, 이태원과 홍대, 신사동과 압구정, 광화문 옛 도심 등이 갖고 있던 혹은 갖고 있는 장소성이 과연 어떻게 음악을 탄생시켰고, 그 음악은 다시 그 장소성을 어떻게 표현하거나 대표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서울이라는 장소와 대중가요로서의 음악을 함께 풍성히 재발견하는 것이 이 특집의 기획 의도다.
* 프로그램 방송 : 12/17(화)~12/20(금) 10:30~11:30. CBS 표준FM (서울 98.1Mhz)
1부 : 한강, 노래를 가르다 - 강남과 강북
2부 : 청계천, 노래 사이로 흐르다 - 남촌 명동과 북촌 종로
3부 : 해방구, 노래를 불러 모으다 - 이태원, 대학가(신촌, 대학로) 그리고 홍대 앞
4부 : 지하철 1호선, 노래를 실어나르다 - 청량리, 영등포, 구로, 동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