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음악FM 매일 12:00-14:00
12/6 (금)뮤직 퀵 서비스
2002.12.05
조회 994

당신을 만나고 왔습니다 당신이 부른다기에
모든 일 팽개치고 잰걸음으로 당신을 찾아갔
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호주머니에서 아주 새
빨갛게 익은 능금 한 알을 꺼내 주시고 나에
게 웃음을 지어 보이셨습니다

가을날 햇살처럼 당신의 웃음은 나의 옷자락
위에 눈부신 꽃으로 피어났습니다 당신은 이
세상의 말을 터득하여 새로이 제도를 지으시
고 한사코 나를 사랑으로 가르치는 위대한 나
라의 왕이셨습니다 나의 정신과 죽음까지도
다스리는 당신이었기에 진정 나의 소망은 언
젠가 당신 앞에 이르는 날 나는 당신의 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본디 나는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
다 숱하게 생각하고 예비한 한 마디 그 말 사
람들은 그것을 기도라 하지만 나는 감히 용기
를 내지 못한 채 당신과 작별 인사를 나눈 적
이 실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부르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 의지로는 당신을 이기지 못하여 당신에게
하고 싶은 그 한 마디 말을 나의 저 깊은 가
슴 밑에 닿도록 몇 번이고 혼자서 중얼거리며
연습을 하여 봅니다

그렇지만 모를 일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내 심
중을 다 헤아리고 바보같이 연습하는
내 한 마디 말의 의미를 벌써
환히 알고 있을지 말입니다
새빨간 능금 한 알 속에 숨은 당신의 진실과 함께.....


12월의 어느시점에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얼마나 치열하게 사랑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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