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예수님의 제자들은 일진이다.
구미정
2012.01.07
조회 543
김경숙님,

강의 당사자로서, 가슴이 철렁하는 마음으로 글을 읽었습니다.

지적하신 내용이 '일진'이라는 표현 자체를 쓰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일종의 우려와 충고이시라면, 경청하겠습니다.
'일진'의 사전적 의미는 사실 학원내조직폭력과 하등 상관이 없습니다만,
요즘 우리 사회에서 그런 이미지로 채색되어 있으니
용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곳에 올리신 글을 통해 시청자들께서도
김경숙님의 진의를 이해하셨을 줄로 믿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나누어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러나 올리신 글의 톤이 상당히 격앙되어 있기에
변명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강의에서 '일진'이라는 표현은
예수님께 부름 받은 첫번째 제자 집단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한
일종의 풍자였습니다.
기존에 사용되던 어떤 언어를 가져다가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덧입혀 다른 맥락에서 사용하는 것은
문학적 수사로 널리 차용되는 방식입니다.
강의에서는 베드로와 안드레, 요한과 야고보를 언급하며 그리 표현했습니다.
(안드레는 제외하고) 이들은 복음서 곳곳의 주요 장면마다
예수님을 최측근에서 보필하는 '선두그룹'의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일진'(一陣/一進)이라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그밖에 어떤 의미도 거기에 내포되어 있지 않음을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예전에 '복음서의 여성들'을 강의할 때도
예수님의 제자들을 '일진/이진/삼진'으로 나누어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의 '진'은 그야말로 집단(무리)의 의미로,
12제자들의 활약상에 따라 나눈 것입니다.
용어는 각각 달라도, 이는 저의 임의적인 구분이 아니라,
신약성서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한 것이니,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강의는 연속된 흐름과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그때 강의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이번 '일진' 표현에서도
대충 풍자로 이해하고 넘어가셨을 겁니다.)

문제는, 선두그룹일수록 예수님의 복음의 수탁자로서
더 많은 책임과 사명이 있는 법인데, 그들은 잘 감당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마가복음의 특징 중의 하나는
특히 이 선두그룹의 실패를 뼈저리게 고발하고 반성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일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마치 강사와 패널, 더 나아가 성서학당과 CBS 자체가
학원폭력을 옹호하기라도 한 것처럼 공격하신다면
이는 오해에 기반한 확대과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제 개인게시판에 올리신 글이 아니라,
문맥상 제작진과 CBS를 향해 발언하신 것처럼 보여서
저도 답변을 잠시 망설였습니다만,
그래도 파장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기에 해명을 드리는 것입니다.
기타 말씀하신 부분들은 제 역량을 벗어난 부분이기에
여기서 글을 줄일까 합니다.

부디 격앙된 마음을 가라앉히시고,
실수와 허물을 너그럽게 감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그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구미정 드림.









김경숙(goldfish6)님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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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구미정교수님 마가복음강의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불러모으시는 것을 설명하시면서 예수님의 제자들을 일진이라고 표현하시고 패널들은 매우 적절한 비유라고 크게 웃으며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는데요 요즘 한국사회는 초증등교의 학생조직폭력배인 일진문제로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성서학당에서 이런 비유가 나오다니 어떤 의미인지요 ?
> 보통 학교사회는 그 학교가 속한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청소년은 그 사회의 미래라고 하는데요
> CBS는 기독교방송으로서 근래의 학교폭력문제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계신지요 ?
>
> 참고로 전교조는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과 괴롭힘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어떠한 견해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어느 방송에서 언급하는 것을 들었는데 정말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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