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시, 삶의 현장 심홍섭 시인
한편의 동요를 쓰려면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어른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읽힐 글을 쓴다면 그것은 성인물에 불과할 뿐이다. 성장하는 어린아이들의 세계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그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동요가 되고 동화가 된다. 아이들의 순수한 생각을 읽을 줄 알고 그들의 때묻지 않은 영혼을 성장해서도 지키게 해주어 궁극적으로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바로 심홍섭 시인의 작품세계인 것이다.
심홍섭 시인은 시인이기에 앞서 동화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쓰는 시는 동화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어른들이 읽는 동화가 바로 그의 시 세계인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에게 하나님 나라의 구원을 그의 문학세계에서 찾으려 하는 것은 어느 면으로서 아주 당연한지도 모른다. 성경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어느 날 사람들이 예수께 어린이들을 데리고 와서 손을 얹어 축복해 줄 것을 간청하자 이를 본 제자들이 이를 나무랐다. 이 모습을 본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나님 나라는 바로 이런 어린이들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잘 들어라. 누구든지 어린아이와 같이 순진한 마음으로 하나님 나라를 맞이하지 않으면 결코 거기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마태 19;13>
나이가 들어서도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유지한다는 것은 여간 어렵지가 않다. 삶을 살아가려면 어른의 마음으로 삶의 끝없는 투쟁에서 승리를 거두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많고 적건 간에 많은 때가 묻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이때를 씻지 못하고 일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신인인 심홍섭은 매일 아침저녁 기도와 반성의 시간으로서 이 삶 속에 깊이 박혀있는 때들을 씻으려 노력하고 그런 시를 쓴다.
그래서 그의 시들은 누구든지 알기 쉽고 공감이 되게 하는 아주 쉬운 시가 되는 것이다. 평자(評者)들은 그의 시가 너무 쉬워서 품격이 모자란 것이 아닌가 하지만 심홍섭 시인의 생각은 아주 다른 것이다.
"그분이 생각하고 한 모든 것들이 철학자가 갖기는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을 태어날 때의 순수함으로 되돌려줌으로써 하나님의 나라를 조금이나마 구현하자는 것이지요."
심홍섭 시인은 그래서 시속에 그분의 모습을 가끔 각인시켜 놓는다. "아내의 맨발"과 같은 시가 바로 그것이다.
아내의 맨발
아내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洗足式)
눈물이 앞을 가리고
민망이 앞을 가리고
부르튼 맨발이
앞을 가립니다
군림이 아니라
사랑을
교만이 아니라
겸손을
부끄러운 삶을
씻어내며
가장으로 죄스러움도
씻어냅니다
아 그렇구나
살면서 나는 한번도
이렇게 아름다운
부르튼 발을
본적이 없습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의식을 세족식이라고 한다. 조금 후면 로마 병사들이 자신을 잡으러 올 것을 알고 또 제자들이 자기를 놔두고 모두 도망할 것을 알고서도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모습은 한편의 드라마이다. 그러나 심홍섭의 세족식은 그이 제자들이 아니라 아내이다. 심홍섭 시인은 아내를 제자가 아니라 삶의 동반자이면서 스승으로서 낮은 자리에서 제자의 마음으로 발을 씻겨주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온갖 고생을 다 겪은, 그래서 투박하고 볼품없이 변형된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심홍섭 시인의 아름다운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예수가 이튿날 재판을 받기 전에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것은 바로 가장 가난한 자들과 미숙한 마음을 가진 자들을 위한 섬김에 있었다. 이제 그는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것은 아내의 희생을 보상하기 위한 시인의 마음이 깃들여있는 것이다. 가족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모든 것을 챙겨주고 희생한 아내의 못생긴 발이 그렇게 미더울 수가 없고 아름답고 눈물겨울 수가 없는 시인의 마음, 그것은 어린아이가 되어야지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마음이기도 하다.
온몸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수없이 발을 사용해서 발의 모양이 기형이 된 발레리나의 발을 흉하다고 할 사람이 없듯이 아내의 화장기 없는 얼굴과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 가족들과 이웃에게 친절했던 아내의 그 투박한 발은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 아닐 수가 없다. 시인은 아내의 발을 손수 씻겨주면서 속없는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우리 엄니
엄니 엄니
우리 엄니
떡 팔러 가신
우리 엄니
햇님은
집에 가고
달님만
친구 되어
나를 비추어 주는데
우리엄니는
언제 오나
멍멍이 무섭게 짖어대도
우리 엄니 생각하면
하나도 안 무서워
느티나무도 안 무서워
진짜 안 무서워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어머니를 쓴 시인, 남들이 보기에는 늙고 보잘것없는 어머니에 불과 하지만 시인은 그 어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어머니이다. 그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세상의 모든 것이다.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고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먹이고자 멀리 몇십 리 길을 마다치 않고 밤새워 만든 떡을 시장으로 팔러 간 그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시인은 마음이 애련했을 것이다.
그 어머니가 있음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동요와 같은 어른의 시, 그것 속에 시인의 마음이, 그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마음이 들어 있는 것이다. 시란 어렵게 써서 그 난해함을 반추하면서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있겠고 심홍섭 시인처럼 아주 쉽게 누구든지 읽을 수 있고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는 시를 쓰는 시인도 있다. 어머니는 아무리 어렵게 표현을 해도 어머니이다. 시인의 순수성을 엿보게 하는 맑은 영혼이 깃들여있는 시 앞에서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그것은 세상의 지저분한 일에 토를 다는 사람들의 모든 이론을 침묵시키게 한다.
억새풀
기다림
한이 되어
머리를 산발한 채
풀어 헤치고
누구를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나
언약
억장 무너져도
가슴 추스리고
지달려도
지달려도
오지 않는
무언의 그날
망부석 되어
머리카락 꼿꼿이 세우고
오기 한 번
부려보는
삶의 자존심
▲ 전남 담양의 대나무 골에서 어느날 심홍섭 시인 ©김광한
산등성이에 가을 바람에 휘날리는 억새풀, 머리를 산발한 체 바람 따라 흔들리는 억새풀, 억새풀에게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바람에 흔들거리는 것이 최상의 아름다움이고 몸짓이다. 한 여름철 물기를 빨아들여서 성장시킨 줄기에 마침내 한 톨의 씨를 잉태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억새의 모습은 익어가는 가을의 상징 같은 것이리라.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산등성이에서 혹은 황량한 벌판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그 대상은 시인의 신앙적 바탕으로 볼때에 주님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그래서 억새풀은 시인 자신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억새풀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에 시심이 가득한 것이 눈에 보이는 것같다.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심홍섭은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광주여대 평생교육원의 교수와 광주 문화예술 강사 광주ks병원에 재직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회원이면서 광주에 뿌리를 내린 전형적인 광주 문학인이다. 뼈아픈 참회(1995), 유년의 뜨락(1996), 삶 그리고 은혜(1997) 소나기 끝에 솔밭 사이로 부는 바람(2006) 아름다운멍에(2015) 햇님하고 달님하고(2018)등 여러 권의 시집을 간행한 바 있는 중견 시인으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2024년 6월에 나의 삶그리고은혜 제7시집을 통해 문화선교라는 예수그리스도의의 귀한사랑을 전하고 있다
6월29일 출석하고있는 주빛교회에서 30주년 등단기념 출판감사예배를 드린바 있다
네이버에서 나의 삶그리고은혜를 치면 책을 구입할수있다 책이익금은 장학선교를 통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다는 심홍섭집사의 주님을 향한 작은선교
가 꿈이 아니고 기도의 열매가 맺어지는 기적이 이루어지는 현실을 기대해본다
☞ 삶의 향기가 가득한 문화예술전문분야의 선두주자“문화저널21
신앙의 시, 삶의현장 심홍섭 시인
담쟁이
202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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