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적시는 비
김정호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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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교회 섬기고 있는 박희숙 사모가 "대지를 적시는 비"라는 신앙 시문학 간증을 발간했습니다.


2023년 10월에 제 26회 고려문학상 신인 공모전에서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후 그 동안 써온 글들을 모아 출간하게 되었다. 전광식 교수(전 고신대 총장)께서 추천을 해 주셨다.
박희숙 시인의 『대지를 적시는 비』는 신앙 시문학집으로 기독교 신앙과 성경 묵상에서 나온 일상의 고백을 표현한 시와 수필 모음집이다. 저자는 통영 한산도에 인접한 추봉도 바닷가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문학적 감수성을 품고 자랐다. 우여곡절 끝에 교회에 발을 들여 목회자의 내조자가 되어 살아오면서 삶의 고비마다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깊은 신앙과 문학적 통찰력을 겸비한 독특하고도 완성된 필체로 펼쳐나간다.

대지를 적시는 비』는 전체 6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 ‘나는 책입니다’는 성경의 구원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표현한 글들이다. 첫 번째 시 ‘나는 책입니다’는 성경을 말하는 것이며, 타락, 출애굽 사건, 민수기 광야, 사사시대, 왕정시대 전후, 포로기, 신구약중간기, 예수님의 성육신과 세례 받으심, 공생애와 십자가를 다루고, 탕자 이야기는 하나님의 은혜를, ‘에덴을 되찾다’에서 구원의 완성을 노래한다.
2부 ‘하나님을 경험한 사람들’은 성경 인물들에 대해 쓴 글들이다. 욥, 아브라함, 야곱, 모세, 기드온, 엘리야, 다윗, 다니엘, 세례요한을 다루었다. 수평적인 이야기로 펼치기보다는 통전적 관찰로 표현되었다. 결코 가볍지 않는 깊은 신학적 안목이 돋보인다. ‘칠흑같이 깊은 밤 그리고 뒤를 이은 더 긴 밤’에서 이 점이 잘 부각되었다.
3부 ‘빛의 자녀들이 다니는 길’은 성도의 신앙 고백들을 모은 글들이다. ‘성도의 삶이 곧 하나님의 역사 이야기이다.’라고 글을 열어, 소명, 믿음, 기도, 순종, 고통 등의 주제를 다루었다. ‘고통’이란 시에서는 인생의 심오한 문제를 기발하고 재치 있게 표현하여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정말 수작이 아닐 수 없다. ‘주께서 여기에 계셨더면’에서 주님의 부재로 인한 고통의 시간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추수’는 자비로운 하나님의 사랑을, ‘교회여’는 교회에 대한 저자의 사랑을 담았다.
4부 ‘사랑 안에 살기로 하다’는 성도의 일상의 삶, 특히 자연과 교감을 통한 신앙고백의 글들이다. 물론 자연세계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게 한다. ‘봄 ! ?’이란 특이한 제목의 시는 기대와 다른 삶의 불확실성을 멋지게 표현한다. ‘당신이 보낸 가을을 받았습니다’라는 시에서는 허둥대던 삶의 자리를 정리하는 추심을 뻔한 이야기 대신 갈바람에 설레는 신선한 언어들로 채워간다.
5부 ‘행복 찾기’는 고난과 시련을 넘어 더 깊은 신앙세계로 초대하는 글들이다.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속에 행복을 찾기 위한 성도의 안간힘이 느껴지는 글들이다. 하나님을 향한 지극히 인간적인 항변이 돋보인다. 대표적으로 ‘하나님 용서하기’를 들 수 있다.
6부 ‘나는 니느웨 백성 중에 거하였습니다’는 자서전적인 신앙고백의 글들이다. 자신을 요나와 같이 하나님과 어긋난 인생이지만 불가항력적 소명에 따라 하나님께 붙들린 삶을 살게 됨을 노래한다. ‘섬 소녀 기독교를 만나다’는 이 소명의 과정을 감격적인 시로 승화하였다. ‘삶의 절벽에서 만난 나를 일으킨 네 번의 기적’이란 시에는 삶의 고비에서 느꼈던 무게를 초연하게 노래하는 시인의 특권이 드러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신앙시를 쓰는 상투적인 언어들을 벗어버리고 참신하고 기발하며 창의적이고 능란한 언어 구사력이 담긴 시와 수필로 묶여 있다. 성경적 통찰력 위에 저자의 삶이 묻어있는 진솔한 신앙 고백적 글이라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