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희 커플은 현재 7년 연애 끝에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희 연애 속에 역사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고 싶어 신청합니다.
중~고등학교가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올라가는 기독대안학교에 다녔던 저희는 6년 간 같은 반으로 지냈습니다. 고등학교 올라가면서부터 서로 전교회장,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저는 장난기는 많아도 속이 깊고 가치관이 건강했던 그에게 반하게 되었어요.
그러나 저희 학교는 연애금지 규칙이 있었기에 감히 그에게 사귀자는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저희 반 여학생들을 싫어했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진달래 꿀 빨아먹고 개구리 잡고 오디 따다 먹으면서 상머시마들(?)처럼 뛰어댕겼으니까요. 그렇게 왈가닥이었던 저도 조용히 집중하던 시간이 있었으니, 바로 점심 기도시간이었습니다. 저희 학교는 점심시간마다 강당에서 기도를 할 수 있게 노래를 틀어주었어요. 꿀 같은 점심시간에 그곳까지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매일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바로 저희 둘이었습니다. 저는 강당 끝에 앉아서 기도를 했고 그 친구는 맨 앞자리에서 기도를 하곤 했어요. 점심시간마다 강당에서 보이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는 쟤가 너무 좋은데 저 친구는 우리 반 애들이 싫대요. 제가 저 애와 결혼할 수 있다면 사귀게 해주시고, 아니면 차라리 사귀는 것조차 못하게 해주세요.’
그렇게 고등학교 3년을 기도만 했고, 졸업까지 친구로 지내기 미션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1학년 1학기, 용기를 내어 그에게 고백했지만 ‘나는 아직 연애에 관심이 없다’는 대답으로 돌려 까이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인연에 3년을 투자했다니... 하나님을 조금 원망도 했습니다. 그런데 2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후, 그에게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이 방학동안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제가 좋아진 것 같다고요. 얼레벌레 전화로 받은 고백... 그래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사귀게 되었어요.
여기서 작은 반전이 하나 있는데요. 얼마 전, 예비신랑에게 우리 학생 때 점심시간 강당 앞자리에 앉아 뭘 그렇게 열심히 기도했냐고 물어봤어요. 그는 ‘제발 우리 반 여자애들이랑은 만나지 않게 해달라’는 배우자기도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의 반 여자애'였던 저는 그 뒤에서 ‘결혼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고 있었고요. 의도치 않은 기도전쟁에서, 하나님은 제 손을 들어주신 듯 합니다.
프로포즈 기회도 특별하게 찾아왔습니다. 제가 KBS ‘우리말 겨루기’ 본선에 진출하게 되면서 방송에 나갈 기회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결혼얘기가 나오던 참이었는데 타이밍이 절묘했습니다. 프로포즈 얘기를 꺼내자 작가님들이 오히려 적극 응원하시며 영상도 제작해 주시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어요. 그렇게 방송 당일, 저는 자작시와 프로포즈영상, 꽃다발로 그에게 프로포즈를 하였습니다. 이후 저는 1등을 거머쥐었고 당당하게 우승과 사랑을 함께 쟁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프로포즈도 우승도 선물해주셨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저희는 정말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가 되었어요. 생각해보면 모든 순간이 주님의 은혜였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우연을 가장해 찾아온 은혜의 순간들이 더욱 많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 줄이겠습니다. 학생 때 간절했던 3년간의 기도가, 지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3년간 배우자 기도했던 사람과 결혼합니다
Soon
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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