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몸의 등불
정영숙
성경에, 눈은 몸의 등불이니 그러므로 네 눈이 성하면 온 몸아 밝을 것이요 눈이 나쁘면 온 몸이 어두울 것이니 그러므로 네게 있는 빛이 어두우면 그 어두움이 얼마나 하겠느뇨(마태복음6:22-23)라는 진리의 말씀이 있다.
나는 그 말씀을 자주 읽으면서도 내 마음 깊은 곳까지 파고들지 않고 그냥 옳은 말씀이라고 인정만 했다. 그런데 지난달에 뜨거운 체험을 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눈이 침침하여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고, 악보를 보면 5선이 6선으로, 계단을 내려가려고 하면 두 계단이 한 계단으로 보여 헛 짚고 내러 가다가 발이 다치기도 하였다. 특히 햇빛을 보면 눈이 쑤셔오며 더 흐릿하다가, 실내나 좀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잘 보였다. 또 두통이 자주 나서 약을 먹기도 했다.
나이 탓인가? 안경 탓인가? 아니면? 여러 가지 탓을 생각하다가 안경 탓으로 결정을 내리고 안경원을 찾아갔다. 안경 탓이라고 한다. 그래서 곧바로 안경을 바꾸려다가 문 듯 의사의 진료를 받고 바꿔야 되겠다는 판단이 생겨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평안안과(원장 배재기)로 갔다.
어쩌면 내가 가는 병원마다 환자가 줄줄인지! 한참을 기다리다가 눈 검사를 했다. 안경이 문제가 아니라 <노인성 백내장>이라고 한다. 백내장? 어머니가 몇 년 전에 수술한 그 병이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그 병은 수술하면 더 눈이 밝아지고 좋으니 더운 여름은 지나고 선선하면 하라고 하셨다. 다음날부터 약물 치료를 받았다.
9월이 왔다. 미뤄왔던 수술을 받으려 병원으로 갔다. 지금까지 수술을 해 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왠지 두려웠다. 다른 부위도 아니고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눈. 만약 수술이 잘 못되면 몸의 등불이 꺼저 가는 시력장애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약 1시간 반 동안 검사와 준비를 한 후 수술실로 들어갔다. 간호사 두명이 푸른 까운을 입고 준비를 하는데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수술대에 누웠다.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이 시간 나를 위해 기도드리는 우리 가족. 사랑샘교회와 성막교회 의 성도들을 생각하며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부분 마취를 하고 수술을 하는데 의료기의 소리와 말소리가 다 들려 의사의 지시대로 눈을 움직였다. 가끔 따끔 아팠다. 왜 그리 잡다한 생각이 맴도는지 모르겠다. 꼼짝도 못하고 의사에게 눈을 맡기고 누워있는 내가 얼마나 작아 보였는지---. 20분 정도 수술을 한 것 같다. 간호사의 팔짱을 끼고 나오면서 “아- 이제는 자유다” 하는 기분에 어서 집에 가고 싶었다.
안대를 하고 집에 오니 첫날은 눈이 아렸다. 다음날 병원에 가니 간호사가 안대를 떼는데 깜짝 놀랐다. 사물이 달라졌다. 시력검사표의 위아래가 환하게 다 보였다. 어머! 어찌 이런 기적이 일어날까. 신천지에 들어온 것 같다. 나는 환성을 질렀다. 의사를 보고 “ 저- 백내장 잘 걸렸습니다” 라고 했더니 그렇게 침착하고 잘 웃지 않던 의사도 따라 웃었다. 너무 기뻐하는 나를 본 간호사가 처음에는 그래도 치료 받으면서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나중 달라지더라도 지금 빛을 보았으니 날아갈 것 같아 병원을 나와 약국에 가면서 길가의 간판을 보니 그 글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 이간판저간판을 신기하여 처다 보았다.
이웃사람들과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다. 그리고 치료기간동안 36년간 끼고 다녔던 안경을 치워버렸다. 편해서 좋다. 일주일 간격으로 두 눈의 수술은 끝났다. 병원에 가면 의사가 하라는 대로, 교회가면 목사가 하라는 대로, 학교가면 선생의 가르침대로 순종만 하면 되는 것. 빠지지 않고 2주간동안 시력검사와 치료를 받았다. 간호사 말대로다. 이제 내 시력을 찾아 안경을 바꾸고 돋보기를 맞추었다. 지금은 먼 곳은 예전보다 더 환하게 보이고 가까운 거리의 책은 돋보기를 써야 보인다.
나는 백내장 수술로 통하여 많은 것을 느꼈다. 내 눈이 병든 것을 모르고 <탓>을 많이했다. 교회의 대형화면에 나오는 찬송가 악보가 안경을 쓰고 앞자리에 앉아도 희미하게 보여 물건 탓을 했는데, 이제는 뒷좌석에 앉아도 또렷하게 보였다. 사랑샘교회 4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헌 건물 탓을 했는데 이제는 새 건물 계단처럼 확실하게 보였다. 찬양인도 하면서 회일에 들어있는 악보가 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 전등을 바꾸어 달았으면 하고 어두운 곳으로 방향을 돌려 인도를 했는데 예전의 그 불빛 아래서도 잘 보였다.
오늘도 <눈은 몸의 등불>이라는 성경구절을 다시금 읽어보고 은혜를 받았다. 그리고 기도로 마음을 치료해준 목사님과 성도들. 수술로 내 눈을 밝게 해준 평안안과 원정님께 감사를 하며 글을 맺는다.
2008.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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