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5월의 여행
정영숙
5월은 짧다. 다른 달에 비해 날의 숫자가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에서 하루만 더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흐르는 달이기 때문이다. 봄이라고 부르기에는 늦은 감이 오고, 여름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른 것 같은 5월의 마지막 주 화요일에, 내가 섬기는 마산성막교회 제 1-3여전도회 회원들이 허세은 목사님의 기도와 제1여전도회 이혜자 회장의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대에 부풀은 일일 여행을 떠났다.
처음의 목적지는 울산대공원 이었는데 울산에 도착하자 이회장이 친구와 통화를 한 후 변경이 되었다. 왜냐하면, 울산공원은 일일 관광하기로는 너무 범위가 넓어서였다. 조금 있으니 우리를 안내할 분이 왔는데 회장이 소개를 했다. 자기와 같은 초등학교 동창생인데 현제 울산에서 최고로 바쁜 사업가이며, 수필가, 시인이신 한석근 회장님이시라고 한다. 모두들 회장님이 가지고 온 책 두 권씩을 선물로 받으며 감사의 박수를 쳤다.
첫 코스는 <장생포고래박물관>이다. 입구에는 돌로 만든 고래의 조각이 서 있고, 계단 위에는 현대식으로 건축된 박물관이 있다. 제1문 위의 천정에는 고래의 그림이 있다.
2005년5월31일에 개관한 박물관은 1층에 어린이 체험관. 2층에 포경역사관. 3층에 귀신고래관, 고래해체장 복원관. 그리고 야외전시물인 포경선이 있다.
제1전시관인 포경역사관을 들어섰다. 와-! 처음부터 깜짝 놀란 것은 고래의 커다란 골격을 두 개 매달아 놓은 장면이다. 자원봉사자인 서영애씨가 고래의 종류를 설명했다. 앞 쪽에 매달린 ‘브라이드 고래’는 수염고래류의 일종으로, 전시된 고래뼈 표본은 길이만 12.4m, 머리크기는 3m,무게가 850kg이나 되는 대형 고래이고, 뒤쪽에는 ‘범고래의 골격’을 달아 놓았는데, 이빨고래아목 참돌고래과에 속하는 고래로 수컷은 최대 9.8m(10t)암컷은 8.5m(7.5t)이고, 다른 고래와 물범등을 포획하기 위해 이빨이 발달한 바다 먹이사슬의 최상이다.
우리들이 TV나 그림으로 보아왔던 고래는 그렇게 크지를 않았다. 그냥 다른 물고기류에 비해 좀 클 뿐이다 인데, 거기서 본 고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크다. 선지자 ‘요나’가 하나님의 명령을 불순종하고 도망 가다가 폭풍을 만나, 죄인 하나를 제비뽑아 물속에 던지는 그 제비에 뽑혀 바다에 던져 졌는데, 이때에 하나님께서 큰 물고기(학설로는 큰 고래)를 예비하여 고기 배속에서 3주야를 지나게 하고, 그 뱃속에서 회개기도를 드리는 요나를 용서하고, 고기로 더불어 육지에 토하게 하여 살렸다는 요나서의 내용이, 이단 해석에 빠져 하나님의 능력을 믿지 아니하고 신화, 우화, 비유라고 우겨댄 후배가 안타깝도록 불쌍하게 느꼈다.
제2전시관인 귀신고래관을 올라갔다. 지나가는 동안 어디선지 움매! 음-!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 송아지가 근처에 있는 가 했는데, 그것이 아니고 감지센서 작동으로 귀신고래의 울음소리를 내게 한 것이다. 그 자리에 서서 두세 번 듣고 나니 호기심이 생겨 아이같이 웃었다. 장생포항을 배경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의인화된 아기귀신고래와 귀신고래박사, 어린아이 2명이 4채널을 통해 서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어린이들에게 귀신고래의 상식을 친근감 있고 재밌게 전달해 주는 ‘매직비젼’ 도 있다.
한국계 귀신고래, 캘리포니아계 귀신고래, 일본에 나타난 귀신고래를 영상물을 통해 감상할 수 있으며, 귀신고래의 이동경로 및 출산 등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코너와 실제 귀신고래 머리골격을 원형그대로 제작, 전시하여 전면을 감상할 수 있는 ‘귀신고래 전문관’이 있다. 귀신고래는 바다 밑바닥 뻘에서 먹이를 섭식하는 특색이 있으며, 전체 몸통의 길이가 13.5m이며 몸체에는 따개비 등 고착생물이 붙여있다.
제3전시관인 1층으로 내려갔다. 거기에는 고래 뱃속 길. 고래의 생태와 진화. 고래회유도. 고래와 비교체험. 고래 두골모형. 영상실 이 있어서 상세하게 소개를 하고 있다. 나는 ‘신비의 바닷속’ 여행길을 빠저 나와 야외 전시물인 ‘포경선 제6진양호’ 에 올라 설명을 들었다. 1985년까지 장생포를 거점으로 직접 고래를 잡던 진양호는 높이 6m, 길이31m로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고래잡이 배다.
12시30분에 버스를 타고 ‘터미널식당’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가격에 비해 찬이 많았다. 잠시 휴식을 하고 다시 버스에 올라 다음 장소를 향해 가는데, 차창을 열고 밖을 보니 푸르른 나무들이 죽! 서서 바람에 흔들리며 행진을 하고 있다. 마치 타 지방에서 온 우리들을 환영하는 것 같은 기쁨이 솟아 나 혼자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부르며, 대 자연을 값없이 주신 창조주 하나님께 감사를 올렸다.
두 번째 코스인 <대왕암 공원 또는 울기공원 >앞에 내렸다. 울기공원은 우리나라 동남단에서 동해쪽으로 뾰족하게 나온 부분의 끝 지점에 있는 공원으로, 1984년에 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옛 선비들이 해금강이라 일컬을 정도로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며, 조선시대에는 목장으로 쓰였다. 울기등대와 대왕암. 용굴. 탕건암 등의 기암괴석, 수령 100년이 넘는 15,000그루의 아름드리 해송이 어우러져 울산을 상징하는 쉼터 구실을 하고 있다. 이 중 울기등대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세워진 등대로, 울산에서 포항에 이르는 동해안 북동쪽 항로를 비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 두산백과사전 참조)
울기공원 내에는, 신라 문무대왕비가 죽어서 문무왕처럼 동해의 호국용이 되어, 이 바다에 잠겼다하여 대왕바위라 불리 우는 대왕암(일명 댕바위, 용추암)이 있고, 대왕암 입구에는 크고 둥그런 고래턱뼈가 세워져 있다. 이 고래턱뼈는 1984년 2월 군산 어청도 근해에서 잡은 19m의 참고래의 턱뼈다. 고래가 엄청 큰 것을 보고 왔지만 사람의 몇 십 배 되는 턱뼈에 굉장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보기에도 아찔아찔한 바위 덩어리 산과 산 사이로 철교를 놓았는데 건너가며 바다를 보니, 낙시를 하는 남자들이 뛰엄뛰엄 앉아있다.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얼마나 담대 하는지 몰라도 파도한번 크게 치면 곧 쓸려 들어갈 것 같은 위태로운 바위 꼭대기에서 저토록 위험하게 있을까 하는 걱정이 괜스레 왔다. 철교 옆에는 연 보랏빛의 바다 나팔꽃이 소담스레 피어있다. 계단을 오르고 오르면서 닿은 곳은, 눈앞에 망망대해와 멀리 대마도가 보이는 곳이지만 내 시력으로는 볼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나의 상식으로는 울산은 공업 도시라 돈은 많이 있어도 자연환경과 예술은 어느 도시보다 뒤 떨어졌다고 생각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회장님을 보고 마산은 ‘가고파’ 노래가 있는데 울산은 왜 특징을 살린 노래가 없느냐고 질문 했더니, 가요는 있는데 가곡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지금이라도 회장님이 가사를 쓰고 이고장의 작곡가가 곡을 지어 사명감을 가지고 보급하면, 울산은 물질과 정신세계가 풍요로운 도시가 될 것이라고 제의했다.
세 번째 코스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면 반구대 암각화> 이다. 선사인 들이 자신의 바램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커다란 바위에 높이 3m, 너비 10m의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암반에 여러 가지 모양을 새긴 바위그림이다. 1965년 완공된 사연댐으로 인해 현재 물속에 잠겨있는 상태로 바위에는 육지동물과 바다고기, 사냥하는 장면 등 총 75종 200여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바위 위에 새겨진 글은 보아왔지만, 그림은 본적이 없어 호기심이 생겼는데, 좀 실망스럽게도 실물은 물속에 잠겨있는 관계로 볼 수 없고, 동영상으로 상세하게 볼 수 있는 전시관을 구경하려 간다고 한회장이 알려주었다.
가는 동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즐비하게 만들어 놓은 수 만대의 자동차를 보고 모두들 아! 와! 저- 저-많은 것들을 언제까지 어디서 팔려는지 궁금했는데, 워낙 우리나라 차가 성능이 좋아 수출매매에 걱정이 없다고 한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모비스 건물을, 스치는 차창 밖으로 보며, 고 정주영회장의 빛나는 업적을 기리어 보았다.
울산 12경의 하나인 10리 대 숲과 도심을 흐르는 태화강이 조금 멀리 보였다. 한쪽은 태화강물이 흐르고 한쪽은 바닷물이 넘실거리는데 그 사이 기차가 천천히 우리 차와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관광 전시용일까? 아니면? 옆 사람과 얘기하다 잠간 설명을 놓쳤다.
드디어 전시관이 보인다. 가로 원형으로 지은 그리 크지 않은 전시관이다. 커피색의 지붕을 동으로 붙여 놓았는데, 마치 원시인들이 나무 잎으로 모자를 만들어 자연스레 쓰고 있는 것 같다. 국내 유일의 암각화전시관은 지난해 1월부터 71억 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됐으며,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의 실물 모형과 영상 해설, 다양한 체험공간 등을 갖추고 있는데 30일 개관을 한다고 한다.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은 장소에 들어가 동영상을 보고, 2층에 올라가니 칠 냄새로 눈이 아려 대충 두르고 내려왔다.
입구 나무 밑에 만들어 놓은 평상에 앉아 준비해 온 수박을 팍! 쪼개어 나눠 먹으니 시원달콤 한 수박같이 마음도 그러했다. 떠날 시간이 되었다. 장시간 우리들에게 참 성의를 다하여 해설을 해 주신 한석근회장님께 모두들 감사의 박수를 쳤다. 그리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의 축복송을 손을 높여 불렀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2여전도회 이경자회장이 한회장께 전도를 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가 쓰고 있는 서력과 예수님과의 관계를 너무나 확실하게 설명을 하니, 그분은 문학가요, 역사학자이기 때문에 곧장 대답을 하고 내리면서 하시는 말“ 우리나라는 단기(檀紀)가 있고 불교국은 불기(佛紀)가 있지만, 현제 기독교를 믿는 나라들이 세계 강국이 되어있기 때문에 서기(西紀)를 쓰고 있는 것 아니냐”고.
언양에서 한회장은 내리고, 우리들만 남은 버스 안에서 웃기는 넌센스의 선수 이경자권사가 문제를 내었다. 자주 듣는 문제인데 그때뿐이다. 건망증은 매력이다. 틀리는 순간 아참! 하하하. 흥겨운 춤도 운전하시는 하만수집사님의 명령에 따라 눈치껏 추었다. 그런데 나이 탓인지 작년과 금년의 힘이 다르다.
오후 6시쯤 마산역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사먹고 헤어졌다. 이 날을 위하여 수고를 많이 한 회장과 임원들, 그리고 안전하게 운전하신 하집사님께 고마움의 박수를 치고 집으로---.
짧은 5월의 여행. 산업도시로만 여겨왔던 울산에서, 옛 조상들의 삶의 발자취를 따라 관광을 하고나니, 또 다른 생각의 여운이 남았다. 만약 나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온다면, 울산의 12경(景)을 찾아가리라는 미련의 끈이다.
2008년 5월 27일


짧은 5월의 여행
정영숙
200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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