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고에서 프레스토까지
어떤 곡을 연주하려고 할 때 빨리해야 되느냐 아니면 느리게 해야 되느냐 하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하여 작곡자가 표시한 약속기호가 있다. 그런데 아무리 작곡자가 속도의 기호를 표시해 놓았어도 사람의 능력과 개성에 따라 거기에 못 미치거나 지나치게 빠르게 연주하는 경우가 있다. 하여, 속도를 지시하는 기계가 만들어 졌는데 이 기계의 이름을 메트로롬(metronome) 이라고 한다.
이 메트로롬을 자세히 살펴보면 제일 윗머리에 라르고(Largo) 라는 글이 있고 제일 아래에 프레스토( Presto)라는 글이 있다. 뜻을 설명하면 라르고는 아주 느리고 넓게, 프레스토는 아주 빠르게 이다. 그리고 중간에 또 다른 기호가 있는데 거기에는 적당히 하라든가 보통으로 하라든가 혹 조금 빨리 하라든가 하는 몇 가지의 기호가 있다. 이속도의 기호를 잘 맞춰가며 연습을 해야 안정된 속도로 자유로운 연주를 할 수 있다.
필자는 오랫동안 피아노를 가르쳤다. 어떤 곡을 선택하여 가르칠 때마다 처음에는 천천히, 또는 아주 느리게 를 강조하며 연습을 시킨다. 그르면 학생은 갑갑하다고 불평을 하며, 내가 있을 때는 천천히 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제 맘대로 빠르게 내달리며 연습을 한다. 그 것을 보고 화가 난 나는 학생에게 “ 네가 좋은 연주를 하려고 하면은 90번 느리게 10번은 차츰차츰 빠르게 연습을 하되 네 곡이 될 때까지 수백 번 연습하라!” 라고 거듭 말을 한다. 그 말을 지키는 학생과 제 맘대로 연습한 학생의 결과는 연주를 들어보면 답이 나온다.
작곡자가 이 곡은 이런 속도로 가라고 지시 한 것처럼 우리 인간도 창조주가 정해 준 삶의 속도가 있다. 그런데 왠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바쁘다. 오늘 살다 내일 꼭 죽을 사람처럼 바쁘다. 돈을 버는 것도 빠르게 왕창 벌어서 자손 대대로 빠르게 물러 주어야 삶의 보람을 느낀다. 이까짓 거 한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도 겨우 쥐꼬리만 한 월급과 수입뿐이니 때려치우고 부정을 해서라도, 도적질을 해서라도, 남보다 빠르게 올라야 한다. 나보다 덜 똑똑하고 못생긴 놈도 부모 잘 만나 호의호식 하는데 나는 이게 무슨 꼴인고. 이 놈의 세상 싹쓸이 하고 죽어버릴까 하는 원망과 분노의 폭발도 너무 빠르게 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과 행위가 결코 우리에게 행복을 빨리 주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받을 수 있는 것은 불안초조일 뿐이다.
우리가 참된 성공과 행복을 원한다면 오늘부터 시간시간 감사한 맘으로 담담하게 사는 연습을 해야 된다. 마치 좋은 연주를 하기 위하여 <라르고에서 단계적으로 프레스토>까지 수천 번 수만 번 연습하는 연주가의 자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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