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 생각해보면
희우
2007.08.26
조회 150


70년대는 대학생이 만인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그런 한편으로 이상한
헐거움도 있었습니다.

(70년대 신문과 잡지를 보면 가짜대학생이야기가 참 많은데, 그것은 지탄하는 내용이 아니라 상당히 웃음섞인 에피소드들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70년대는 지금 치는 몇몇 대학외에는 대학으로 치지도 않고, '그까잇것도 대학이라고'했고, 그래도 다 웃고 지나갔습니다....

누구나 자기 시대의 풍토 속에 살아요...유행을 안따를 수 없는 것처럼 그 시대의 사회적 유행 풍토 속에 삽니다...)

80년대는 졸업정원제가 되어서 대학생 수가 많아졌기에
대학생의 의미가 조금 희석되었고, 90년대 와서는 대학이 흔해빠져서
누가 대학생이라 해도 아무 반응도 없지요.

지금은 서울대학교 학생이라고 해도 그냥 일개 학생 취급되는 분위기지요.


그런 70년대에 학생시절을 보낸 사람이

'청강생이지만, 대학생 처럼, 그것도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일류대학이 아닌, 집 가까이 있는 대학에 다니면서 캠퍼스 분위기를 좀 맛보았다고 하는 것'이

다소 과장되어 졸업생으로 알려졌다는 것이 그렇게 용서못할
거짓말일까요?


그리고 학벌은 짧은데 지적으로 느껴지고 지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뭐가 잘못일까요?...


(한때 정애리씨가 대단히 모범생이자 교수 역할로
텔레비전 화면에 나올 때, 제 주변에서 누가 그러더군요.

"쟤, 학교 다닐 때 진짜 박박 긁었대..문제 많았대." 라고. 저는 그 친구의 말을 그냥 듣기만 했지만, 그 친구와는 가까운 사이가 되질 않았습니다. 설명할래야 설명할 수 없이 수많은 싫은 느낌이 확- 다가왔어요.
그 입이 총구처럼 무섭고 섬뜩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어서 도저히 친해지질 않았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가 부잣집 딸처럼 보이는 것이 뭐 잘못일까요?

일부러 부잣집 딸인 척 보이게 하고 다니는 것이 뭐 잘못일까요?
(이 황금만능 사회에, 돈이 있으면 학력이나 실력이 없어도
그 자체로 성공신화를 남기면서 돈번 강의를 하라고 대학이 초빙하는
이런 사회에...돈 있는 척 하는게 뭐 나쁩니까?...)


부잣집 딸처럼 하고 다니면서, 남의 돈을 끌어모아서 사기를 쳤다든가
또 다른 나쁜 일을 했으면 잘못이죠. 하지만, 그냥 부잣집 딸처럼
보인것, 그게 뭐 잘못일까요?


그렇듯이 대학생이라야 대우받고, 어느 대학이든 대학에 발을
조금이라도 걸쳐야 사람대접 받는 사회에, '나도 대학 다녔다'는
것이 뭐 나쁩니까?


거짓말이라고요?......하하하!

그런 거짓말은 '생존의 지혜' '자기 보호성 거짓말'이죠.


우리사회가 가난한 사람을 볼 때 '무능한 낙오자'로 취급해버리지 않고,

'돈 되지 않는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고, 돈으로 환산되기 어려운 일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존중하는 시선을 보일 때, 부자인 척 하는 사람이
사라질 겁니다.

그리고 우리사회가 '학벌이나 지위로 사람대접'하지 않고,
'사람됨으로 사람을 대접'할 때 학벌 포장을 하는 사람도 없겠지요.


이것은 사회, 문화적인 풍토와 결부된 문제라서, 특정 개인에게는
이미 그것이 거짓임이 알려진 것으로 모든 것이 다 <정죄>되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30년 전의 사소한 거짓말에 대해, 그냥 대졸이래..라는 그런 정도의
사람 취급에 대해, 두고두고 따라다니면서 <당신은 거짓말했잖아!
보기 싫으니까 사라져요-> 하는 것도 건강해 보이진 않습니다.


조금 웃음이 나오네요...

우리-, 사람에게, 사람 사는 일에 조금 더 연민을 가지면
어떨까요?...너무 가혹하게 벌 주지 맙시다.

정말 벌을 받아야 할 흉악범들이 널려 있는데, 이런 애매하고 사소한
일로 그렇게 엄격하게 처벌한다면 형평도 안맞잖아요?


길게 써서 죄송!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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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전문 기자들이

주로 이 문제를 가지고 가혹한 정죄를 하는 쪽으로 글을 쓰더군요.

배국남이란 기자의 <연예인의 때 아닌 눈물 홍수> 기사에서


" 최근 들어 흘리는 연예인의 눈물에 대해 순수함과 진정성을 믿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잘못을 범해 사죄의 눈물을 흘린 사람이 또 잘못을 해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너무 많아 이제 연예인의 눈물은 가식의 눈물인 ‘악어의 눈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지 제고와 이윤창출을 위한 마케팅에 연예인의 눈물이 동원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제 연예인의 잘못된 것에 대한 사과의 눈물과 마케팅용 눈물이 아닌 기쁨에 넘친 눈물을 보고 싶다. 대중은 반복되는 연예인의 사과의 눈물과 마케팅용 눈물에 지치고 있기 때문이다."


라는 대목에 있는, 추측성, 인상 비평성 문맥은

특히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악어의 눈물" 같은 대목.



저는 연기하는 눈물에 열번, 열한번 속아야 되면 속는 것을
택합니다....그대신 내가 속지 않으려고 타인의 눈물을 "연기하는
눈물"이라고 미리 손가락질 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런데 직업이 기자라서, 매체 이용권한을 가졌다고,

자신이 받은 인상을 마치 사실인것처럼,

자기의 느낌을 마치 다수 대중의 느낌을 대신 말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할 뿐더러 기자의 글로 좋아보이지도 않습니다.

배국남 기자분의 기사를 재밌게, 흥미롭게 읽은 것도 많았는데,

근래에 연예인 학벌과 관련된 기사는 잔인한 공격성만 많이
펜끝에 묻은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기회가 되면 연예기자들의 기사를 모아서 한번 분석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연예인들이 얼마나 이상하게 취급당하는지,
기자들의 밥이 되고 있는지,
그런 것 분석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아주 쓰고 떫은 느낌입니다.

연예인들이 감정변화가 풍부하고, 순간적으로 울다 웃다 하는 것,
분위기 맞춰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그렇게
지탄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울다가도 우스우면 웃는 모습이 천진난만해 보이던데.
.....나와 다르다고 그렇게 '악어의 눈물' 취급받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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