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나이드신 권사님 한 분이 계십니다. 일흔 다섯 정도 되셨는데.....
두 주전에 생신이셔서, 저희 집에서 속옷 두 벌을 포장해서 선물을 했답니다.
우리 집사람이 찾아가서 전해드렸는데,
마침 집에 안 계셔서 선물을 놓고 나왔죠.
그리고 그 날 오후에 집에 전화 걸어서 우리 집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말 전해달라 그러셨답니다.
그리고 주일을 보내고 그 주 오후 예배를 마치고 사무를 정리하고 선창으로 배를 타고 나오려고 하던 차에
그 권사님이 교회 의자에 누워있다는 말을 들었답니다.
그저 피곤하신 모양이다 생각하고 뱃 시간에 쫓겨 서둘러 나왔답니다.
집 사람을 처가인 익산에 내려 놓고 화요일 먼저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그 사이에 집 사람이 그 노인께서 편찮아서 누워있었다는 말을 들어서...
그 다음 날 수요일 그 댁으로 찾아갔습니다.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고 그 분을 위해서 기도를 하고
이런 저런 교인들 이야기, 교회 살림 이야기 등을 나눴답니다.
그러다가 그 할머니께서 지난 자신의 생일날 자녀들이 전화 한 통화 없었서 부야가 났다고 말씀하면서,
큰 며누리에게 전화해서 혼내 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러셨겠다는 말로 위로를 드렸답니다.
그리고 다시 목요일 집사람과 아이들을 데리러 익산에 왔다가 그 다음 날 금요일에 집으로 왔답니다.
오후 늦게 들어오기도 했지만, 지난 수요일 오전에 그 분을 뵐 때에서 그렇게 심하다 싶지 않아서
따로 연락을 하지는 않았답니다.
주일 그러니까 어제 예배를 드리는데 기운이 없는 모습으로 내내 엎드려계셨답니다.
열대야가 심해서 밤잠을 설쳤던 탓에 그런 모양이다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점심을 먹는데, 그 권사님의 행동이 심각했답니다.
국을 손으로 엎어버린다든지, 머리에 밥풀을 뭍인다든지....
행동이 이상하여 이웃 교인들에게 물어보니 쓰러지기까지 했으며,
교회에 오는 동안 다른 두 노인이 끌고오다시피 교회에 오셨다는 말을 하셨답니다.
예배를 마치고 얼른 이웃 섬(연육교로 연결됨)에 있는 병원에 모시고 갔었는데,
의사 말로 벌써 이틀 전에 링겔을 맞았었노라 합니다.
그 날도 링겔주사를 맞고나서 집으로 모셔다 드렸답니다.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느껴졌답니다.
병원에 와야 할 정도로 심각하게 정신을 놓는 상태였었는데, 자신의 핸드폰을 챙겨서 어느 위치에 있으니 가져다 달라는 것과
병원비를 계산하기 위해 지불하려고 돈을 꺼내면서, 그것이 한 장인지 두 장 인지를 확인한다든지...
혹시 꾀병은 아닐까?
그 다음 새벽 그러니까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잠시 눈을 붙이려하는데, 한 6시경이 되어 전화가 울렸답니다.
원래 목회자들은 새벽에 전화오면 깜짝 놀랍니다. 2 가지일 가능성이 많거든요. 누가 죽었다거나 아프다거나.. 하는 것이죠.
그 권사님께서 도저히 아파서 참을 수 없다고 인천에 있는 자녀들에게 데려다 달라 부탁을 하신 것입니다.
잠이 확 달아나면서, 장거리 운행... 그 경로를 마음 속에 그려봅니다.
집사람을 깨워 인천에 가야겠다(자녀들이 모두 인천에 사십니다.) 깨웠습니다.
그 새벽에 자녀들을 깨워 주섬주섬 옷을 입히고 첫 배 시간이 7시30분인 것을 생각하면 넉넉한 시간이 아니었답니다.
겨우 배를 타고 목포에 도착하여 길고 운전히 시작되었답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장장 4시간 30분 량을 달렸답니다
인천 길병원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큰 자부를 만났고 응급실로 들어가 진단을 받게했답니다.
큰 아들을 통하여 그 분이 서운한 것이 있어서 그랬다는 말을 들었고...
둘째 딸이 생일이 지나서 전화를 했더니 엉엉 울면서 자식들 다 소용없다는 말을 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답니다.
처음에는 이 분이 혹시 꾀병이 아닐까? 외로움 때문에 부러 그러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답니다.
그러나 병원에서 이런 저러 이야기를 하는 의사의 말 속에서
처음엔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자녀들의 이야기와 우리 집사람이 지켜본 요 몇 일 사이의 이상한 행동에서
혹이라도 부분적인 뇌경색'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러고 보니 섬에 있는 병원에서 자주 다니시던 '주사실'을 찾지 못했던 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주차해 놓은 곳을 찾지 못해서 멍하고 서 있었던 일
길 병원에서 자녀들을 만났을 때 횡성수설하던 일 등...
서운함 때문에 소위 말하는 '삐짐현상'을 넘어서 마음에 담겨진 '외로움의 극단적 표현'이 아닐까요....
고향 땅 고향 집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서 잠 못 자는 열대야를 보낸다는 것은 참으로 잔인한 것이 아닌가?
외로움의 극한에서 그래도 어느 누구라도 특히 사랑하는 자녀들이 기억해주고 기뻐해주어야 할
자신의 생일을 지나쳐버렸을 때...
그것은 그저 생일을 놓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존재가 자녀들 사이에서 없어진 것과 같은
큰 충격이 아니었을까요?
결국 이로 인해서 큰 삐침을 동반한 일종의 치매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마음의 깊은 상처가 정신적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의사들의 말이 생각납니다.
외로움의 극한은 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봅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라도 드립시다.
집에 함께 계신 부모님의 마음을 읽고 채워드리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은 것 하나 하나에서도 상처가 될 수도 위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젊은이들이여 부모님 마음을 작은 것에서부터 배려하고 챙겨드림이 좋지 않을까요?
부모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니련지...
톨스토이는 그의 소설에서 '세가지 질문'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는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는 일이다.
지금, 내 앞에 서있는 그분이 부모나, 친구나 아내나 자녀... 그 어떤 사람이라도...
지금 그와 함께 하고 있는 그 무엇인가의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그 중요한 사람들 중에 우리의 부모님들이 있지 않은지.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 사람에 나로 인해서 마음에 어떤 상처도 입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나로 인해서 위로를 얻고 세상에 맞설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며 피곤한 하루를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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