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진 목사님의 "식사기도"
변진숙
2013.01.18
조회 370

cbs 방송국에 도착했다.
임동진 목사님과 고은아 권사님이 진행하는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하기 위해서다.
약속시간 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온 것은 내심 불안했기 때문이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출연자 대기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방의 테이블에는
배달되어 온 국수와 김밥과 떡볶이가 놓여있었다.
스티로폼 용기의 뚜껑을 덮지 않아서 음식이 말라가고 있었다.
임동진 목사님이나 고은아 권사님은
어느 식당에서 따뜻한 식사를 하실 것이며
이 차디찬 음식의 주인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왜 들었는지는 모른다.

나의 앞 출연자의 촬영시간이 지연되어 좀처럼 끝날 줄을 모르는데
국수는 점점 불어터져서 국물이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나의 차례가 올까 하는 조바심보다
차디차게 변해가는 음식이 더 걱정스러웠다.
한겨울보다 옷깃을 파고드는 꽃샘추위가 한창이던 때였으므로.

얼마나 지났을까.
촬영을 마치고 스텝들과 목사님과 권사님이 들어오셨다.
모두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온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김밥과
퉁퉁 불은 국수는 아무리 허기진 사람이라도 구미가 당길 리 없어보였다.
그 음식을 앞에 놓고 임동진 목사님의 식사 기도가 시작되었다.

“사랑이 많으시고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
주님께 영광을 드리나이다.
우리에게 이런 귀한 음식을 주신 것을 감사합니다.
이 음식이 우리 앞에 오기 까지
수고한 모든 사람들에게 복을 주시옵소서.
그리고 우리가 이 귀한 음식을 먹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 보게 하옵시고.
전 세계에서 굶주림으로 배를 곯는
사람들을 헤아리게 하시옵소서.
감사한 마음으로 달게 먹겠습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는 참으로 숙연해졌다.
잔잔한 감동과 은혜가 밀려 왔다.
나는 언제쯤 이런 귀한 기도를 할 수 있기나 할까.
이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은
또 얼마나 흐뭇하실까.
당신의 품격을 닮은 제자를 바라보시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으셨을 것이다.

앞으로 식사 기도를 할 때 마다 목사님의 기도가 떠오를 것이다.
온화한 인품이 드러나던 그날의 기도는
나의 가슴 한켠에 자리하고 있어서
혹여 작은 것에 감사를 놓칠 때마다
넌지시 채근해 줄 것이다.

기도는 그 사람의 인격이라고,
하나님도 품격 있고 고아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신다고,
주님의 경건에 한 계단 올라서는 성숙한 자녀를 바라보는 것처럼 기쁜일은 없으시다고,
그렇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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