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 (목)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내 모습, 오늘 만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당신에게
201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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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 Hush little baby
- Bobby Mcferrin & Yo Yo Ma
2. 슈만 / <미르테의 꽃> 중 헌정
- 지용 (피아노)
3. 로시니 / 고양이 이중창
- 파리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4. 브와엘디 / 하프협주곡 C 장조 3악장 론도
- 클라우디아 안토넬리 (하프) 인스부르커 쳄버 오케스트라
5. 슈베르트 / 피아노트리오 2번 Eb장조 2악장 안단테 콘 모토
- 보자르 트리오
6. 푸치니 / <잔니 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 몽세라 까바예 (소프라노)
7. 시벨리우스 /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3악장 알레그로 마 논 탄토
- 안네 소피 무터 (바이올린) 앙드레 프레빈 / 스타츠카펠레
8. 루이스 봉파 / 카니발의 아침
- 존 맥러플린 (기타)
2부
1. Angel
- Sarah Mclachlan
2. 러시아 로망스 / 아무르 강의 물결
- 숙명 가야금 연주단
3. 하차투리안 / <가면무도회> 중 왈츠
- 잉고 메츠마허 (지휘) 함부르그 국립 오케스트라
4. 차이코프스키 / <호두까기 인형> 1막 중 ' 행진'
- 안탈 도라티 / 로얄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
5. 쇼팽 / 왈츠 Eb 장조 Op.18/1 '화려한 대왈츠'
- 다니엘 바렌보임 (피아노)
6. 구노 / 아베마리아
- 제시 노만 (소프라노) 로렌스 포스터/리옹 오페라 오케스트라
7. 헨델 / 사라방드
- 알렉스 브리거 (지휘) 아카데미 어브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
8. 드보르작 / 교향곡 9번 E단조 <신세계> 4악장 알레그로 콘 푸오코
- 바츨라프 노이만(지휘)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9. 이은상 작시,홍난파 작곡
- 봄처녀 수원시립합창단
10. When I'm 64
- Canadian Brass
* 이야기 하나, 그리고 음악
(오늘은 발췌한 내용말고, 전문을 올립니다.)
- 딸에게 보내는 편지, 김규항
단아. 아빠는 지금 강원도 어느 시골 마을에 와 있다.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아저씨 집이야.
일 때문에 왔지만 “날씨가 죽이기 때문”이라는
핑계로 둘이 술만 먹고 있다.
아빠는 지금 즐겁다.
갈수록 사람들은 빠르고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시간만 좋아한다.
그러나 아빠는 이런 아무 것도 아닌 시간,
느리고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시간이 참 좋다.
술을 먹다 단이가 생각났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말하는 단이 얼굴을 떠올리며 혼자 웃었다. 아빠는 그럴 때 담담한 체 하지만 속으론 아주 많이 기쁘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기 생각’을 ‘옳은 생각’처럼 말하는 버릇이 있다. 그럴 때, 아빠는 단이가 아빠의 잘못을 들추어내길,
그래서 아빠가 잘못을 인정하길 기대하곤 한다.
기대는 갈수록 잘 이루어지고 있다.
단이는 단이 이름을 닮았다. ‘丹’(붉을 단).
처음 그 이름을 지었을 때 좋다는 사람이 없었다.
칭찬은커녕 “이름이 그게 뭐야?” “배추 단이냐 무단이야?”
따위 놀리는 말만 가득했다.
그런데 단이가 이름과 합쳐지면서 확 달라지더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말은 아빠가 억울할 만큼 빨리 나왔다.
아빠도 아빠 이름을 조금 닮았다.
단이는 아빠 이름이 무슨 뜻인지 아니?
홀 규에 늘 항, ‘늘 홀로’라는 뜻이다.
아빠는 어른들이 이름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 물어본 적은 없다.
아빠는 이릴 적부터 왠지 그 이름이 좋았다. 지금도 그렇다.
아빠가 외롭냐고? 그래 아빠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하지만 단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꼭 외롭지 않은 건 아니다. 사람은 외롭지 않아도 생각은 외로울 수 있단다.
이오덕 할아버지를 기억하니? 아빠가 누구보다 좋아했던 분이지.
아빠는 그분을 돌아가시기 오년 전쯤부터 사귀었다.
할아버지는 워낙 훌륭하게 사셨기에 그 뜻을 따르는 이들이 참 많았다.
그분이 아빠 글을 읽고 연락을 해오자 아빠도 한달음에 만나러 갔다.
그분을 사귀면서 많은 걸 배웠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분은 당신을 존경한다고 말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너무나 외로워하셨다.
아빠는 그분의 외로움이 그분의 올바른 삶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단아. 올바르게 산다는 게 뭘까?
아빠 생각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삶’이다.
사람들은 지난 올바름은 알아보지만 지금 올바른 건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올바른 삶은 언제나 가장 외롭다.
그 외로움만이 세상을 조금씩 낫게 만든다.
어느 시대나 어느 곳에서나 늘 그렇다.
예수님은 가장 외롭게 죽어갔다.
아무도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예수님을 죽인 힘세고 욕심 많은 사람들뿐 아니라 따르고 존경한다는 사람들에서 오히려 더 많았다.
그 후 2천년 동안도 그랬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예수님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여전히 드물다. 예수님은 ‘2천년의 외로움’이다.
단이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으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아빠보다 더 많을 거다.
하지만 단이의 거짓 없는 성품과 행동이 단이를 외롭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단이가 외롭길 바라지 않지만 단이가 올바르게 산다면 단이는 어쩔 수 없이 외로울 거다.
단이가 외로울 거라 생각하면 아빠는 마음이 아프다.
외로움은 어디에서 오든 고통스럽기 때문이야.
단이가 외롭고 고통스러울 때 이 편지를 기억하면 좋겠다.
아빠는 아빠 책 머리말에 이렇게 적었었다.
“그러나 내 딸 김단이 제 아비가 쓴 글을 읽고 토론을 요구해올 순간을
기다리는 일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아빠는 정말 그 순간을 기다린다.
지금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단이도 술을 좋아하게 될 거다.
내 딸아, 너의 외로움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