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와를 향해,,올라야 하니 오를 뿐
2007.04.14
조회 312
* 사진 설명
1.야크의 모습. 소의 일종이지만 네팔 사람들은 야크를 소로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식용이 된다.
산을 오르는 도중 어느 농가에서 야크를 해체(?)하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다리를 건너 산길을 따라 이동하고 있는 일행들의 모습이 보이시죠?
2.끝없는 돌계단....이 높은 곳에 이렇게 돌을 쌓아서 계단을 만들어놓았는데....돌이 납작한 것들이 많았다.
계단 끝에 서 있는 동물은 뭐라고요? 예~~ 나귀 당!
3. 시누와에 도착한 모습. 후배 피디가 폼 잡으며 걷는 모습.
매점 뒷편의 공터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했다.
뒷편으로 눈 내린 산의 모습이 보인다.
이 지점부터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Solar Hot Shower"라는 표지가 보인다. 태양전지를 이용해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핫 샤워까지는 좀 그렇고 미지근한 물.
*사진을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야기를 일단 꺼내놓고 나면...
조금씩 자신의 방어벽을 스스로 허물게 되는 것처럼..
이 산행일기도 감춰진 내면의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면서..
제3일째 산행일기를 적으려 한다.
제3일 : 4/2(월)
어제 술잔치가 있었다는 걸 알았나보다.
아침식사에 북어국이 나왔다. 거참~~
이런 곳에서 이렇게 호사를 누려도 되는건가?
셀파들의 계속되는 감동 서비스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단체사진을 촬영한 뒤 ‘파이팅’을 외치며 2170미터 지점의 촘롱을 향해 출발했다.
오전 7시다.
5시간 동안 오르막을 타야한다고 스케쥴표에 나와 있다. 첫 번 째 난코스였다.
워낙 운동을 안하고 살아서...조금 오르다보니 숨이 차온다.
‘쿵 쿵’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에고~~뒤돌아 갈 수도 없고...오직 go 뿐이지?’
땀이 비 오듯 한다. 햇살이 따갑다.
어느 정도 올라왔다 싶으면...내리막이다.
무릎이 성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내리막이 쥐약이다.
무릎이 좋지 않은 나로서는 난감했다.
천천히 다리에 힘을 빼고 온갖 자세를 시도해보며
그나마 편한 자세가 무엇인지 찾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힘들게 올라온 게 아깝다”고
웃으며 말한다.
정말 아깝다. 이제껏 땀 뺀 게 얼만데.
1780미터 지점인 지누단다에서 약 30분 동안 휴식했다.
그리고 다시 오르막길을 뚜벅뚜벅..헉헉거리며 올랐다.
2170미터 지점인 촘롱에 도착해 점심으로 수제비를 먹었다.
후식으로는 오렌지 반쪽씩, 그리고 커피..‘슴늉’(숭늉)은 물론 빠지지 않았고.
너무 지쳤다. 점심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다.
그늘은 서늘해서 잠자기엔 적당치 않았다.
윈드 자켓을 입고..선글라스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등산화를 벗어버린 채로
양지 바른 곳에 드러누웠다.
한 시간쯤 잠들었을까? 두 명의 어린아이들이 공을 차는 소리에 잠을 깼다.
다섯에서 일곱 살 쯤 됐을까? 형제인 모양이다.
바람이 빠진 작은 공으로 세상 어느 누구 부럽지 않게
즐거운 표정으로 공놀이를 한다.
작은 공터여서 공의 탄력이 좋으면 공 찾으러 다니느라 고생 꽤나 해야할테지만,
그런 걸 감안해서인지 일부러 바람을 빼놓은 것 같다.
후배피디도 아이들과 어울렸다.
두 시경. 다시 출발이다. 이제부터 내리막 계단을 약 30분간 내려가야 한단다.
죽음의 계단.......으~~~
그리고 나선 다시 오르막이 이어진다.
목적지는 2340미터 지점의 시누와. 세 시간이 소요된다고 예정표에는 나와 있지만..
네 시간 이상은 잡아야할 듯싶다.
시누와로 가는 길은 참으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10미터쯤 올라가다 멈추고 숨을 가다듬고 그러기를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
다리도 후들거리고, 무릎도 아프고...아무 생각도 없다.
그냥 올라가야하니까 올라가는 거다.
눈 덮인 안나푸르나의 모습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그저 걸어서 올라갈 뿐이다.
뒤돌아서서 갈 수는 없다.
앞을 향해서 그냥 가야할 뿐이다.
우리 삶도 그럴 때가 대부분이 아니던가.
앞에 무엇이 있을지 알지도 못한 채, 혹은 안다 해도 별다른 기대 없이
그저 하루하루 살아야 하니까 살아간다.
부푼 가슴으로 내일을 기대하며 짠~한 감동으로 살아왔던 날들이 얼마나 되던가.
시누와가 멀리 보인다.
벌써 셀파들은 텐트를 쳐놓았다.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바닥이 고르지 않아서 몸이 쏠렸다. 이튿날 아침, 저쪽으로 밀려 내려가지 않기 위해 용을 써야했다는 윤창범 피디의 말에 모두 깔깔대며 웃었다.
저녁을 먹자마자 잠자리에 들었다. 물로 대충 얼굴 한번 씻고,
발은 생략.....
2340미터라는 고도답게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내피를 껴입고 파카까지 입고서 잠자리에 들었다.
잠결에 여성들의 아름다운 합창소리를 들었다.
약간의 행복감과 약간의 쓸쓸함이 함께 밀려왔다.
아침에서야 마을의 여성들이 민속공연을 가지면서 후원금을 모금하는 행사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한밤에 밤하늘은 별이 쏟아지는 듯 했다고 한다.
밤 12시에 잠이 깼다. 네 시간 쯤 잔 것 같다. 계속 수면 부족상태여서
모처럼 푸욱 잠들었는데.....
잠시 텐트 밖으로 나왔다가...다시 잠을 청했다.
다섯시까지 잠이 들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보리차를 돌리는 셀파들의 목소리에 잠을 깼다.
기상신호였다.
아침을 먹고 시누와를 떠날 채비를 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