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안나푸르나
2007.04.14
조회 310
사진 1 :
MBC에서 ABC로 가는 도중 잠시 쉬고 있는 모습.
한왕용 대장의 모습이 보인다. (주황색 웃옷)
서 있는 분은 현지 여행사 장사장님
배낭을 앉고 엉거주춤하신 분은 피디협회장님
맨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분은 특전사 출신으로 암웨이 천과장님
이때만 해도 선두그룹에 있었다. 하지만 곧 뒤쳐지고 만다.
뒤에 안나푸르나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2:
안나푸르나 위령탑이 뒤로 보이고,,,구름에 가린채 신비로운 자태를
내보이고 있는 안나푸르나가 보인다.
필자가 서 있는 곳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절벽이다. 조심조심. 에이~~
휙 날아버려?
사진 3: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표지판앞에서 찰칵.
뭔가 불만이 있는 듯한 표정. 불만 많지~~~씩씩~~
맞은 편 표지판에는 한글도 보였는데...배경 선택 잘못했다.
제5일 : 4/4(수)
오전 다섯시 기상. 아직 어둑어둑하다.
식사후 6시 10분에 MBC(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를 향해서 출발했다.
눈길을 헤치고 나아갔다.
맨앞에서 셀파들이 얼어붙은 눈을 깨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길을 만들어주었다.
셀파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혹시 미끄러져 절벽으로 구를 성 싶은 지점에서는
셀파가 대기하고 있다.
코스는 무난했다. 고소증세를 걱정했지만 몸은 가볍게 느껴졌다.
룸메이트인 소 피디가 왜 이리 오버하냐고 그런다.
후배를 뒤로 하고 앞으로 치고 나갔다.
나중에 후배한테 한 소리 들었다. 선배를 그렇게 수발 들었는데..
어떻게 나를 두고 그냥 앞으로만 갈 수 있냐고.
이튿날 하산길에 결국 후배는 나를 떼어두고 먼저 가버렸다.
물론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나 스스로 택한 것이었다.
오전 9시경. MBC에 도착했다.
이렇게만 가면 ABC, 아니 ABC 할아버진들 못 오르랴!
자신만만~~
다시 ABC를 향해 출발했다. 개스가 끼기 시작해서 서두르지 않으면
안나푸르나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버릴 거라고 한다.
눈길을 계속 걸었다.
어린 꼬마들이 ABC를 향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독일 아이들이다.
세상에!
그런데, 나는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갈수록 힘이 빠지고 숨이 가쁘고, 어질어질....
뒤로 쳐질대로 쳐졌다.
안나푸르나는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1시경. 겨우 ABC에 올랐다.
도착하자마자 주저앉았다. 아무 생각이 없다.
그런데 위령탑에 가서 사진 찍어야 한다고 한다.
안나푸르나에서 숨져간 영혼들을 기리는 돌탑이다.
약 50미터 이동하는데...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그곳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조금만 아차 하면
가파른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그런 곳에 위령탑이 있었다.
사진 박고...안나푸르나의 전경을 둘러보았다.
자연의 웅장함. 그리고 우리들의 초라함이 대비되지 않을 수 없다.
디카의 배터리는 ABC에 오르자 끝이 나버렸다. 이제 빈대붙어야 된다.
20분 정도 머무르다 하산하기 시작했다.
“오르고 나면 다 일 줄 알았지?”
안나푸르나의 심술이 시작되었다.
짙은 안개로 길을 찾을 수 없었다.
20미터 앞이 보이질 않는다.
여기서 길을 잃으면.....아주 고롭겠다....
수시로 번호로 사람 숫자를 확인했다.
정신없이 내려왔다. 올라갈 땐 세 시간 걸렸는데..
내려올 땐 40분이 걸렸다.
MBC에는 4명의 포기자가 시무룩하게 앉아있다.
말을 꺼내기도 민망한 듯한 표정들.
따끈한 보리차로 몸을 풀었다.
으스스 추워진다. 의자에 앉았다. 서 있을 힘도...
앉아 있을 힘도 없다.
그냥 자고 싶다. 아무 생각도 없고.....몸을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괴롭다.
눈이 풀리고.......
짜장밥이 나왔다. 식욕도 없었지만...그래도 먹어야 산다.
밥을 먹고 나니 조금 나아진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대장님은 서둘러야 한다고 한다.
하산하는 동안 두통이 왔다. 뒤로 쳐지기 시작했고...
걸음에도 힘이 없었다. 늘어질 대로 늘어져서 데우랄리에 도착한 것이 4시 40분.
세 시간 동안 모두가 고된 걸음으로 내려왔다.
물론 내리막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번 씩 올라갈 때, 기가 막혔다.
어떻게 올라가라고?
결국 데우랄리에서 행군은 멈췄다.
대장님이 모두에게 물었다.
“여기서 잘 까요? 아니면 목표대로 도반까지 갈까요?”
모두들 “여기서 자요!”
“그럽시다. 하지만 그만큼 내일 많이 걸어야 합니다.”
내일은 내일이고, 일단 살고 보자고~~~
만사가 귀찮았다. 밥 먹자 마자 숙소로 들어가서
준비해간 수면제 두알과 의사선생님께 타이레놀 두알 얻어서
먹자마자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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