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로
2007.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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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좌측은 셀파대장 옹초. 나머지 두명은 친절하고 순진한 어린 셀파들
셋이서 한사람을 바구니에 싣고 내려왔다. 실은 이들의 나이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우리나라처럼 출생신고를 한다든지 주민등록이 있다든지 한 게 아니라서 물어볼 때마다 고무줄처럼 나이가 늘어난다고.
맨 우측의 젊은 셀파는 작년 형을 잃었다. 원정대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사진2:
네팔 전통춤을 추는 아가씨. 전통식당 4층에서
사진3:
카트만두 시내의 상점 밀집지역에서. 시클로들의 모습
제7일 : 4/6(금)
이제 마지막 하산 코스를 남겨두고 있다.
약 네 시간 정도 걸으면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마지막 종착지 나야풀에 이르게 된다.
지금 이 곳 큐미부터 올라왔던 코스와는 다른 곳으로 내려가게 된다.
전날...긴장됐던 하산길의 장면장면들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오전7시 식사를 마친 뒤 바로 출발했다. 나야풀에 도착하면 대기해있는 버스로 포카라 공항까지 이동하게 된다. 비행기 시간을 잘 맞추자면 마냥 늘어져서는 안된다.
어제 저녁 염소, 양의 부산물들이 아침국으로 나왔는데..대부분 먹질 못했다.
이를테면, 네팔식 소뼈 고운 국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후추를 많이 뿌렸는데도 양 냄새가 난다.
밥도 조금씩만 먹는 분위기. 입맛들이 없나보다.
마지막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암웨이 천과장이 늘 찍어줬는데,,오늘은 핀죠가 한번 더 찍었다.
하산길은 비교적 평탄했다. 약간의 오르막이 있었지만,,견딜만 했고, 내리막도 그리 힘들진 않았다.
계단식 논이 펼쳐져있는 산간마을들..
열 마리 정도의 나귀들을 이끌고 짐을 운반하고 있는 남자.
여전히 “나마스떼, 스윗”을 외치는 아이들.
커다란 통나무를 끈 하나와 머리밴드 하나로 지탱하고서 산길을 오르는 두 젊은이.
아이를 업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아낙.
낡은 건물에 창문은 창살이 쳐져있는 학교 건물과 작은 운동장.
이것이 네팔의 산간마을의 풍경이다.
편안한 문명생활과는 거리가 먼 풍경들을 보면서 낭만적인 전원생활을 꿈꾸는 것이
도시사람들의 심리다.
하지만, 이곳의 삶을 낭만적일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저 삶이 그들 방식대로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12시경 나야풀에 닿았다.
계곡을 따라 내려온 셈이었다.
여기서 수제비로 요기하고 바로 출발했다.
차가 대기하고 있는 곳 까지 약 30분 더 걸어야 한다.
포카라 공항의 까다로운 검색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카트만두 공항이 가까워지자 시야에는 낡고 허름한 건물들이 들어온다.
설레는 마음으로 포카라행 비행기를 탔던 것과 달리 아쉬움 반,
그저 쉬고 싶다는 마음 반이었다.
공항에서 짐을 찾고 포터들과 아쉬운 작별.
안나푸르나 호텔로 향했는데, 정체가 심했다.
2차선보다도 좁은 왕복차로에서 아슬아슬하게 차들이 비껴가길 반복했다.
안나푸르나 호텔에 내리자 숨 쉬기가 어려웠다.
폐차 직전의 차들과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내뿜는 매연이 목을 따갑게 했다.
방을 배정받고 시내를 둘러볼 사람들은 4시 40분까지 로비로 나오라는 말에
서둘러 씻고 준비했다.
핀죠의 안내에 따라 왕궁 앞을 지나 상점과 주점들이 밀집한 곳에 들어섰다.
온갖 잡상인들이 우리를 졸졸 따라온다. 집요하다. 노랑머리 외국인도
나무 피리를 불면서 계속 사라고 한다. 15달러를 부르던 값이 3달러까지 내려갔지만
사지 않았다.
티벳의 소금 카라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히말라야> DVD를 다섯 장 샀다.
세 사람이서 열다섯 장을 사면서 가격을 절반으로 깎았다.
음반도 사고 파슈미나도 샀는데 무조건 깎아야 한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우리도 제시해야 흥정이 된다.
장사에는 선수들이다.
호텔로 다시 들어왔다가 전통공연을 보러 나갔다.
네팔 레스토랑에서 펼쳐지는 공연이다.
4층 쯤 되는 건물.
각 층마다 룸이 있고 맨 꼭대기 층에서 공연이 있다.
신발을 벗고 바닥에 앉아서 술을 마시며 공연을 보도록 되어 있다.
여섯 개 부족의 전통춤을 볼 수 있었다.
직접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반주 테잎에 맞춰 춤을 두 팀이 계속 돌아가면서
보여줬다. 다소 실망스럽다. 라이브였다면 좋았을 텐데.
밤이 깊어간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배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큰통으로 세 개 사서 로비에서 먹는 걸로 공식적인 마지막날 행사가 끝났다.
아이스크림으로 오늘 밤의 아쉬움을 달래기엔 부족했다.
몇몇은 다시 밤거리로 나가 주점을 찾았고, 나와 후배는 천과장과 함께 오후에 둘러봤던 거리로 다시 나섰다.
밤 10시. 이미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았고, 주말 밤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밤길을
오가고 있을 뿐이다.
오렌지를 한가득 사들고서 호텔로 향했다.
밤 거리의 여인들이 유혹한다.
짙은 화장. 향수 냄새. 일부러 우리 앞을 걷는다.
우리는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별 반응이 없자 길을 건너 택시를 기다린다.
호텔로 돌아오니 12시. 방에서 새벽 두시 반까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술에 취해 방문을 노크하는 일행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팔에서의 마지막 밤은 아쉬움 속에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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