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수상 소감
2007.02.24
조회 630
사실 고백하자면요,
올해의 첫 목표가 PD상 수상이었습니다.
상하고는 '담 쌓은 듯' 너무 인연이 없어서..
이제 PD 생활 접기 전에 얼른 받자하고 결심했더랬죠.
근 5년 동안 꾸준히 출품을 시작했는데,,
세 차례 본심 진출했지만, 번번히 좌절..
'상'에 대한 욕심이라기 보다는 인정받기 위한 투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번에는 꼭 받자 작심하고
데일리 프로그램으로 수상하기 위해서
'뭔가 있어보이는' 코너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짰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코너가 두 개
'아름다운 날들을 위한 음악'과 '노래야 나오너라'
노래야 나오너라는 특히, 김동규 샘의 개인기를 드러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코너입니다.
그리고 청취율 상승의 견인 역할을 할 코너이기도 했죠.
1부보다는 2부에서 승부를 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저는 1부를 더 사랑합니다. ㅎㅎ
데일리 프로그램은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게 아니라..
특히, 라디오는 그렇습니다.
삼개월을 보고...꾸준히 공을 들였습니다.
위기도 있었고,,,무사히 지난 2006년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출품 준비...
2주일에 걸쳐서 준비했습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출품 추천의견과 프로그램 기획의도, 프로그램 소개..
이틀에 걸쳐서 워드작업하고,
그동안 모았던 자료들을 다시 정리하고 하니까
제법 두툼한 출품서가 만들어졌습니다.
마지막은 프로그램 1일분 전체복사본과 10분 요약본 만들기..
이게 어렵더라구요.
가장 좋은 날의 방송을 골라서 편집을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한데..
방송은 10월과 11월이 활기가 있고 좋긴 헌데...
선택이 쉽지 않더군요.
몇일분을 모니터해보다가 10월의 마지막날 방송을 골랐습니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모두 같이 불렀던 날 방송이요,
가장 생동감 있는 방송 가운데 하나였다 싶긴 헌데...
노래야 나오너라는 별로고....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걸로 결정하고 편집에 들어갔는데...
음악 프로그램 편집이 참 어렵습니다. 노래를 다 자를순 없고..10초 정도만 넣게 되는데......답답하데요.
그리고 1월 30일 출품, 심사는 2월 7일 예심, 14일 본심.
출품하는 순간부터 이번에는 '받을거야' '그건 내거야'
아주 교만한 마음으로 발표를 기다렸답니다.
그리고..매일 퇴근할때마다 운전하면서
수상소감을 뭘로 할까 고민하는 '교만의 극치'를 부리며
두 가지 버전을 만들었답니다.
1. 진지 모드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던 때였습니다.
한 청취자분이 “극복”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김동규씨의 유쾌한 웃음이 자신에겐 항우울제가 됐고, 이제 우울증을 극복하게 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음악을 재료로 삼아 청취자들과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김동규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연출자인 제게도 하루의 행복을 보장받는 귀한 시간입니다. 이미 받은 것이 큰 데, 큰 상까지 덤으로 주셨습니다. 좋게 봐주신 동료 PD들께 감사드립니다.
라디오 음악프로그램! 위기라고들 합니다. 음악을 소비할 수 있는 방식은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이 소중한 것은 바로 ‘소통’과 ‘교감’의 매체라는 점이겠죠.
늘 새기고 있지만 다시금 강렬하게 깨닫게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께 더욱 좋은 방송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항상 행복한 방송으로 이끌어주고 계신 진행자 김동규씨,
그리고 함께 해준 작가 여러분,
이 프로그램을 계속 맡겨준 국장님과 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2. 가벼운 모드
(긴장되는 시상식 무대에서 진지모드로 가면
오히려 긴장돼서 어덜덜거릴것 같아서 만든 버전)
여러분께서는 지금,
고목나무에 꽃이 핀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웃으면서,,이때 나도 긴장 풀자~는 계산)
과연 꽃이 필까...한점의 의심도 없이
오늘까지 정성껏 물도 주시고 영양제도 놔주시고
성원해주신 청취자 여러분께서
꽃을 피워주셨습니다.
10년동안 심영보표 음악을 지지해주시고 관심가져주시고
아껴주신 분들은 바로 청취자 여러분입니다.
방송생활 18년만에
음악 피디로서 가장 하고 싶었던 <아름다운 당신에게>로
상을 받게 돼서 무척 기쁩니다.
꽃은 18년만에 피웠지만,
열매는 제때에 맺도록 하겠습니다.
더욱 좋은 방송으로 아름다운 열매를 맺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김동규씨, 작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실제 시상후 수상소감은?
글쎄...두개로 만든 게 잘못이었다니깐요.
다른 피디들이 수상소감하는 걸 계속 앉아서 듣다보니..
어,,저거 괜찮네..이것도 괜찮네하면서
자꾸만 제가 준비한 수상소감이 흔들리면서...
이거할까 저거할까 하다보니..
덜커덕 제 순서가 된 겁니다.
'허걱!'
시간이 다가올 수록 긴장은 더해가고 입술은 말라가고..
그래서 마음속으로..
방청석의 사람 많아봤자...300명도 안돼...
강의를 1년 했는데...학생들이다 생각하고...그냥 담담히...
그러나,,,
고질적인 소심병이 도지고..
마이크 앞에 탁 설때까지 심장고동이 빨라지진 않았는데..
첫 마디를 내뱉는 순간..
어찌된 일일까요?
목소리가 떨려서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나리오가 모두 머리 속에서 사라지는 거에요.
에구..빨리 끝내고 내려가자..
어덜덜...
여러분 TV녹화방송은 절대 보시면 안됩니다.
아셨죠?
보는 사람은 앞으로 아당 식구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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