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DJ의 칼럼(7) - 아름다운 당신에게
2016.10.22
조회 1241
(김도원 화백)
[일사일언] 아름다운 당신에게
내가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 후반에는
뉴스를 포함한 많은 정보를 거의 라디오에서 얻었고,
음악도 라디오로 듣고 알았다.
당시 내가 즐겨 듣던 방송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18번 변주곡'으로 시작하던
MBC FM '한상우의 나의 음악실'인데,
거의 유일하게 클래식을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자상한 목소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설명하며 음악을 들려준 덕에
많은 사람이 고전음악에 입문할 수 있었다.
"지성인이면 이 정도 곡은 알아야 한다"며 단호하게 말씀하실 때,
그 제목을 외우려 애썼던 기억이 새롭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음악당 로비에서 직접 만났을 때
"선생님을 통해서 클래식을 알게 됐고
지금도 애호가로 살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미 많은 사람에게 그런 얘길 들으셨는지
별 반응이 없어서 순간 서운했지만,
이후 뵐 때마다 특별히 환하게 웃어주셔서 참 좋았다.
얼마 후 타계 소식을 들었을 때
'식사라도 대접하면서 좋은 말씀을 들을걸' 후회하기도 했다.
매일 아침 방송을 하면서
'클래식은 잘 모르지만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는 문자메시지를
꽤 받는데, 그럴 때마다 책임감을 느끼면서
'듣다가 포기하면 어쩌나' 조바심이 든다.
방송은 우선은 재밌어야 하고, 그다음이 메시지라는 게 지론이다.
재미 위주로 하자니 조용히 음악을 즐기고 싶은 분들이 불편해할 것 같고,
음악만 계속 틀자니 초심자들이 어려워 떠날 것 같고….
결국에는 '짬짜면'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중국집 주인장 심정을 이해하고야 말았다.
'혼'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급하게 돌아가는 현대,
나에 대한 생각도 차분히 해보고
주변 사람 생각도 가끔 하면서 살기에 클래식만 한 친구가 없을 터.
좋은 음악을 알게 해 준 그분처럼
나도 다음 세대를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듣는 어떤 젊은이가
20~30년 후쯤 지금의 나처럼 사명감을 갖고
이 일을 이어 가기를 소망한다.
※조선일보 201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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