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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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DJ의 칼럼(8) - 나만의 오리지널 음반
2016.10.31
조회 1388


(김도원 화백)



[일사일언] 나만의 오리지널 음반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안네조피 무터의 연주가 있었다.
그녀도 이제 50대 중반인데 연주 완성도는 말할 것도 없고
모습도 세월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러나 가슴이 설렌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해외여행 나가기가 어려웠던 1978년, 군대 가기 전 대학생이기에
말로 하기 어려운 복잡한 과정을 거쳐 홍콩에 도착했다.
함께 간 일행은 관광과 쇼핑에 혈안이었으나
나는 홍콩서 제일 큰 레코드숍으로 갔고
그곳에서 카라얀이 지휘한 베를린필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과 5번이 있는 음반을 샀다.
협연자는 당시 10대의 앳된 소녀 안네조피 무터였다.

'빽판'이라 불리던 복사 음반이 거의 전부였던 시절,
말 그대로 '오리지널 음반'을 처음으로 갖게 된 것이다.
집에 턴테이블도 없는 주제(?)에 왜 싸지도 않은 그 음반을 샀는지….
무슨 허세였을까.
이제 그 음반은 어디로 갔는지 자취도 없지만
그때 그 음반을 집어 들었던 레코드점과
재킷 속 소녀 얼굴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음악 방송을 진행하면서 내 이름과 얼굴이 들어간
좋은 음반을 내고 싶은 꿈이 생기기 시작했다.
혼자 들어도 좋고, 태교에도 좋은,
여러 상황을 다 충족시킬 음반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선곡 작업과 연주곡 순서를 잡는 것이 시작인데,
내가 원하는 연주자의 음원으로 다 채우고 싶은 욕심이 가장 강렬했다.
그냥 음반사에 맡기고 이름만 걸면 쉬우련만
그러질 못해 해설까지 쓰느라 사서 고생을 했다.
제목은 리스트 피아노곡 '사랑의 꿈' 중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로 정했는데,
애청자와 세상 사람들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하고
'죽기 전에 가장 후회하는 것이 사랑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는 글에
공감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4개월 넘는 작업 끝에 출시가 됐다.
남들에게는 가능한 한 내려놓으면서, 느린 템포로 살라고 하면서
내 머릿속으로는 2집, 3집에 그치지 않고
내년 봄쯤 대대적인 기념 공연까지 구상하고 있으니
당분간 쉬기는 글렀다.




※조선일보 20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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