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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DJ의 칼럼(2) - 눈물이 없어서…
2016.09.12
조회 1174



(김도원 화백)


[일사일언] 눈물이 없어서…


최근 한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가족의 살아가는 모습이 방송됐다.
다큐는 뭔가 특별한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말 그대로 그냥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인데,
촬영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그림'이 될 만한
'꺼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 PD의 노골적인 요구가 느껴진다.
내가 반응을 안 보이자 "눈물이 없어서…" 라며
제작진이 계속 부담을 줬다.

우리는 드라마도 그렇고 다큐도 그렇고 심지어 스포츠 경기까지
'눈물'이 있어야 마무리가 되는 정서를 가지고 있나 보다.
나라고 눈물 흘릴 만한 사연이 없겠는가.
어머니 사진을 보며 얘기할 때 울컥했으나
끝내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 무던히도 힘들게 참아냈다.
그때 그냥 울어버리는 게 진정한 다큐였을까?
어느 날은 촬영하다가 식사하러 나가려는데
갑자기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5층 베란다가 걱정돼 나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물이 넘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난간을 넘어 지붕 위를 아슬아슬하게 건너가
배수구를 열어젖혔다.
맥가이버 같은 멋진 그 모습에 보내올 환호를 예상하며.
그러나 방송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멋있다는 표현은 고사하고 언급조차 없었다.
방송을 수십 년 해왔는데도
'이건 뭐지? 도저히 납득이!
비에 젖은 티셔츠가 알몸에 찰싹 달라붙은 모습에
정녕 감동이 없었단 말인가.'
아! 그랬다. 김수현이나 현빈, 송중기가 그랬다면
아시아가 들썩였을 텐데, 이미 세월이 많이 흘렀다.

우리 식구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의견도 많았고
몇몇은 '저런 남편과는 못 산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뭐 느낌과 의견은 자유니까 그 의견도 존중하기로.
이번 다큐 관련 댓글의 대세는
'아내가 그 나이에 어찌 저렇게 고울 수 있는가'
'아내가 남편보다 예쁘다'였다.
아직도 나를 예쁨의 기준으로 평가하다니.
그러나 기분은 좋다.
아내가 예쁘고 품위 있어 보인다는 건 결국 내 칭찬 아니겠는가.
자식은 부모 가슴에 빛나는 훈장이라 했는데
부부도 서로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 모습에 아내의 성품이 묻어 있듯이
오늘의 내 모습을 아내에게서 찾는다.
슈만이 클라라에게 선물한
'오보에와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로망스'를 아내에게 선물 하고 싶다.



※조선일보 201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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