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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DJ의 칼럼(3) - 자식 문제는 시간이 답
2016.09.24
조회 1147

(김도원 화백)


[일사일언] 자식 문제는 시간이 답

오래전 일이다.
외아들에다 늦게 결혼한 탓에 아내가 첫아이를 가졌을 때
아내를 비롯한 처가는 개선장군들같이 늠름(?)했고
우리 부모님도 또 얼마나 좋아하셨던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산이 됐고,
병원을 나와 건널목 신호등에 힘없이 기대 있던
아내의 창백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다음 해 아이가 생겼다는 말을 듣자마자 태아를 위해
자동차 타이어를 세상에서 제일 부드럽다고 소문난 것으로 바꾸었고,
그때 산 공기정화기는 아직도 쓰고 있다.
태교 음악 CD는 특별히 살 필요가 없었다.
집에 널린 게 클래식 음반이었으니.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생각에
우리의 생각과 삶의 방향은 오로지 그 아이였다.
초등학교 무렵부터는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자동차 머리받침 뒤를 뜯어서 화면을 심어
'사운드 오브 뮤직'과 아바(Abba)의 DVD를
언제나 보도록 할 정도였으니.

후에 딸아이가 태어났고 우리는 짬이 나는 대로
자동차에 두 아이를 태우고 여행을 다녔는데,
우리 부부는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활발하게 하고 싶었으나
아이들은 대부분 잠을 자거나 각자 휴대폰을 보는 게 고작이었다.
사춘기 즈음에는 인내심을 갖고 여러 마디를 붙여야
겨우 동냥하듯 몇 마디 얻을 수 있었다.
조잘거리며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는 환상을 가진 우리는
늘 가슴이 상처투성이였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화제를 개발해서 말을 던져야 하며,
'저것들'은 언제쯤 사근사근하게 말을 길~게 해올까 싶었는데
올 추석에 드디어 변화가 생겼다.

아들이 운전하고 엄마가 앉던 자리에 딸이 앉고
우리 부부는 뒷자리에 앉게 됐다.
이런저런 말을 붙이며 운전을 잘하는 아들 덕에 마음이 편했고,
옆 자리에서 음악을 선곡하며 다정한 딸아이의 모습에서도
뭔가 뭉클함이 있었다.
시간이 해결한다더니, 자식 문제가 그렇다.
우리가 조급했던 것이다.
성묘 길 조금 막히긴 했지만,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색다른 행복감에
막힌 길이 오히려 좋았다.
아! 이젠 지난날 차 안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하나도 기억나질 않는다.


※조선일보 20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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