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DJ의 칼럼(4) - 성능 좋은 오디오 두 세트
2016.10.03
조회 1260
(김도원 화백)
[일사일언] 성능 좋은 오디오 두 세트
오랜만에 서울 용산 전자상가를 찾았다.
잘 세팅된 오디오, 늠름하게 짝을 맞춰 서 있는 스피커를
창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어릴 적부터 '소리'에 예민했는데,
시력이 좋지 못했던 탓도 있었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비싼 오디오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만족해야 했다.
정말 빈약한 소리였는데, 그것도 감지덕지였다.
대신 명동의 음악감상실을 드나들며
'대문짝'만 한 스피커 소리로 아쉬움을 달랬다.
30년 전쯤 처음으로 갖게 된 산스이 앰프, 소니 CD플레이어, AR스피커.
썩 좋은 것이 분명히 아님에도 그것들은 바로 내 귀중품 1호로 등극했다.
그 후 하이에나처럼 용산을 어슬렁거리며 나만의 사운드를 찾아다녔고
1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지금 듣고 있는 안정적인 세트를 갖게 됐다.
'소리'라는 게 파워 앰프, 프리 앰프 그리고 스피커에 따라 달라지기에
진정한 의미의 '하이엔드'는 없는 것이다.
심지어 케이블에 따라서도 소리가 달라지니까.
어느 수준이 되면 좋다, 아니다의 개념에 계속 매달릴 게 아니라
내 취향을 알아내 얼른 정을 붙이는 게 여러모로 평안하다.
콘서트홀도 마찬가지 아닐까.
전문가가 음향공학에 입각, 흡음과 잔향의 독특한 밸런스를 고려해
잘 지었음에도, 콘서트 홀의 소리는 변화무쌍하다.
독주 리사이틀 또는 오케스트라 연주에 따라 다르게 들리고,
청중 숫자는 물론 여름과 겨울의 청중 옷차림에 따라서도
소리가 다를 것이다.
청중 입장에서 보면, 좌석 위치에 따라서도
다른 소리를 듣게 될 게 분명하다.
최근 문을 연 서울 롯데 콘서트홀에서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들었다.
오랫동안 익숙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소리'가 사뭇 달라
잠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어느 홀이 더 좋은지 비교하기보다,
그곳만의 개성 있는 소리라고 이해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잘 조합된 성능 좋은 오디오를 두 세트 갖게 됐다.
※조선일보 20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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