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당지기 석훈DJ의 칼럼, 함께 읽어요.
20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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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4일(금)
조선일보 一事一言
담백하고도 깊은 그 맛, 클래식
2011년부터 3년째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간의 나는 클래식 문외한에 가까웠다.
공연장에 두어 번 가보긴 했지만 그마저도 지루함을 이기지 못해
앉은 자리에서 곯아떨어진 적도 있다.
그랬던 내가 클래식 컴필레이션 음반을 내고,
클래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도 발음하기 어려운 작곡가와 연주자를
소개해야 할 때가 되면 숨이 턱 막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이 그동안 나도 알지 못하고 있던 감성을
새로 일깨워준 건 사실이다.
나는 사람의 감성은 각각의 분야와 기능에 맡게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고 믿는다.
몸속에 여러 장기가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듯
우리 내면의 감성도 슬픔이나 기쁨, 우울함 같은
여러 종류의 기분을 담당하는 다양한 감성으로 이뤄져 있다고 생각한다.
봄날의 꽃, 여름의 초록, 가을의 형형색색과 겨울에 흩날리는 눈(雪)이
각기 다른 감성을 건드리는 것과 같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가요·재즈·고전음악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은
우리의 여러 감성에 맞는 각자의 위치가 있을 것이다.
건강을 위해 탄수화물과 단백질·지방을 골고루 섭취해야 하듯
감성의 고른 건강을 위해서도 음악을 골고루 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편식하지 말고 우리의 음악적 감성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여러 음악을 골고루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내게 클래식은 웰빙과 동의어다.
처음엔 참고 듣기가 괴롭지만 다른 음악에선 찾아 듣기 쉽지 않은
억지스럽지 않고 담백하고도 깊은 맛이 있다.
만약 감성에 약간의 영양실조가 느껴진다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쇼팽의 피아노곡만이
채울 수 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마침 날씨도 따스하다.
김석훈·배우·FM 라디오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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