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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원각사100주년 연극 은세계
비회원
2008.09.30
조회 211
원각사 100년 한국연극 100년 기념공연
은세계> 銀世界
백 년의 시공간을 관통하는 이인직의 삶과 행적
그리고 <은세계>를 만들어가는 소리광대들의 이야기
한국 연극의 새 길을 밝혀온 사람들
시간의 벽을 뛰어넘어 오늘도 그들의 꿈은 빛난다
원 안 : 이인직 <銀世界>
극 본 : 배삼식
연 출 : 손진책
무 대 : 박동우
음 악 : 김영재
출 연 : 김성녀 김종엽 김성예 왕기석 한승석 이덕인 외
주 최 : (재)정동극장, 극단미추
후 원 : 올포유, 안국약품, 한국저축은행
협 찬 : 범우사
일시 | 2008년 10월 3일(금) ~ 19일(일) 저녁 8시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정동극장
◑ 1908년 공연된 한국 최초의 신연극 <은세계> 100년 만에 재조명
◑ 원각사 설립 100년· 한국 연극 100주년을 기념 2008년10월 정동극장 무대에
◑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그리고 김성녀, 김종엽, 왕기석, 한승석 등
이 시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엮어내는 100년 전 경성 이야기, 그 눈물과 희망
◑ 강용환, 김창환, 송만갑, 이동백, 허금파 … 당대 최고의 광대들의 그 꿈과 열정을 되짚어 보는 무대
이해의 편의를 위해
이인직의 신소설 은세계는 ‘은세계 ’로
1908년 초연된 최초의 창작창극 은세계는 [은세계 ]로
원각사 설립 100년 기념공연 은세계는 <은세계>로 표기합니다.
한국 최초의 신연극 [은세계] 가 100년 만에 재조명된다. 정동극장이 극단 미추와 공동으로 오는 10월 3일부터 19일까지 <은세계>를 무대에 올리는 것.
[은세계]는 1908년 11월 15일 원각사에서 처음 막을 올렸다. 12월 초까지 보름 넘게 공연됐으나 언제 막을 내렸는지는 기록이 없다. 현실성이 강하고 당시 사회 상황과 호응을 이뤘다는 점에서 신연극의 효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 작품이 원각사의 복원이념을 바탕으로 건립된 정동극장에서 100년 만에 상연된다. 2008년 정동극장에서 열리는 <은세계>는 원각사 설립 100년과 한국연극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무대이다.
이번 작품은 이인직의 소설 ‘ 은세계’ 를 바탕으로 작가 배삼식이 대본을 썼으며, 손진책이 연출을 맡았다. 이번에 선보이는 연극 <은세계>는 이인직의 신소설 ‘은세계 ’를 원작 그대로 상연하거나, 1908년 공연되었던 최초의 창작 창극 [은세계]를 그대로 재연하는 것이 아니다. 2008년의 <은세계>는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지는데 한 축은 1908년 희곡 [은세계]이고 다른 한 축은 그것을 쓴 이인직의 삶과 행적이다. 희곡 [은세계]는 극중극 형식으로 삽입되어 이인직이 절망해 마지 않았고 그것과 결별하고자 했던 당시의 현실, 나아가 지금의 현실을 은유할 것이다. 다른 한 축인 이인직이 존재하는 극적 현재로서의 시공간은 1910년대 동경의 어느 거리가 되며 이 부분은 작자가 만들어낸 허구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극중극 형식으로 김창환, 강용환, 송만갑, 이동백, 허금파 등 당시 [은세계] 준비하고 공연했던 광대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극단 미추의 김성녀, 김종엽, 국립창극단의 명창 왕기석 등 이 시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해 당대 최고의 광대들의 꿈과 열정, 애환을 그려낸다.
****배삼식 작가의 작가의도****
‘ 한국 신극 100주년 기념’, ‘원각사 설립 100년 기념’, 제게 주어진 숙제의 주제는 아름다운 것이었지만 남아 있는 기억의 조각들은 남루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했으며 보잘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생을 살다 간 아비의 행장(行狀)을 써야 하는 아들의 심경이 이와 같다고나 할까요? 자료를 들여다보는 동안, 특히나 이인직이라는 인물에 이르러서는 분노를 넘어 혐오마저 이는 것을 누르기 힘들었습니다. 그 분노와 혐오는 이인직이라는 개인의 행적을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그가 가로질러간 우리의 일그러진 근대(近代), 그 남루함으로부터 나의 현재 또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뼈아픈 자각으로부터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분노와 혐오야말로 거꾸로 이 남루함을 번성케 하는 독한 밑거름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헛것’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가 별 주저 없이 받아들이는 ‘이인직의 신 연극 [ 은세계] 라는 명명은 말 그대로 이름일 뿐, 사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러한 명명은 실상의 많은 부분을 지워버리는 동시에 이인직이라는 개인에게 지나친 책임을 묻게 합니다. 이 작품의 창작과정에 대한 연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 은세계] 는 이인직 혼자만의 것이 아니며, 그러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시대와 사람들, 그것을 실제로 무대에 올린 광대들, 그 공연을 보고 울고 웃었을 관객들 모두의 것입니다. 저는 그들 모두에게, 그 중에도 그 1908년 여름과 가을 내내 이 [ 은세계] 이야기를 붙들고 씨름했을 광대들에게 이 이야기를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건너간 시간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듯합니다. 경쟁과 새로움에 대한 강박, 자신들이 원하는 것과 대중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의 줄타기. 배웠다는 자들은 한 목소리로 자신들의 예술을 낡고 무익하며 마땅히 사라져야 할 퇴물로 매도하고, 대중들은 밖에서 밀려들어온 새로운 볼거리들을 찾아 자신들의 놀이판을 떠나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 은세계] 를 공연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 결과가 어떠했든 그들로서는 자신들의 예술을 지키고 변화하는 시대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 마음만큼은 ‘근대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폄하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은 남루했으되, 그들의 마음만큼은, 남루 아래 숨 쉬는 속살만큼은 결코 남루하지 않았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그것이 캄캄한 공백 위에 제가 꾸며놓은 헛것이라 해도 저는 그렇게나마 그들의 따스한 속살을 만져보고 싶었고, 그 온기 속에서 그들을, 저 자신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제 마음 속에서 광대들이 목소리를 얻고 노래하고 뛰어놀게 되자 비로소 이인직의 모습이 다시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순간에 형편없이 쪼그라들어버린 아비처럼, 길 잃은 고아처럼 한없이 작고 초라한 모습으로 그가 서 있었습니다. 저만치 달아나는 기차 뒤꽁무니를 쫓아 그는 철로 위의 어둠 속을 허둥지둥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뿌리에 대해 분노하고 혐오했다는 점에서 나와 그는 몹시 닮아 있습니다. 그가 선택한 길은 그 뿌리를 자신으로부터 완전히 잘라내는 것이었습니다.
이인직은 마흔 줄에 일본에 유학을 가서 거기서 만난 일본 여인과 결혼합니다. 돌아와서는 조혼했던 조강지처와 이혼합니다. 버림받은 그 여인에 대한 기록은 족보에 적힌 사망일자가 전부입니다. 저는 이 버림받은, 텅 빈 여인 앞에 이인직을 데려다 놓았습니다. 이 여인의 형상은 이인직이 스스로 단절해야만 했던 당시 조선의 현실, 그것에 대한 이인직의 대응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작품의 말미에 이인직을 다독이는 여인의 형상은 아마도 이 작품에서 제가 지어낸 가장 지독한 거짓말일 것입니다. 아무리 서둘러도 항상 한 발 늦을 수밖에 없다는 이인직의 울음소리는 사실 저의 것일 테지요. 앞으로만 내달릴 필요는 없다고, 늦은 것이 아니라고,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아무 것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저 잠시 여기 있어도 좋다고 누군가 다독여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겠지요. 그것은 또한 그 텅 빈 여인을 통해서라도 이인직을 이해해 보려는 마음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가 걸어간 길을 내가 인정할 수 없다 해도 그것도 길은 길일 것이라고. 그에게는 유일한 길이었는지도 모른다고. 그 길도 참 꽤나 힘들고 외롭긴 했을 거라고. 그가 결국 자신이 원하던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에 대한 분노와 혐오는 어느덧 연민 비슷한 것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는 이러한 나의 연민을 비웃을 것입니다. 그 또한 그럴 법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안에도 그가 있다는 것을 그도 나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는 여전히 불편하지만 아주 미워할 수는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연출의도-손진책****
손진책 연출은 2008년 <은세계>를 선보임에 있어 이인직의 소설 중 친일 내용이 있는 후반부는 바꾸고 100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구성을 기본으로 삼는다.
한 축은 1908년 원각사에서 [은세계]를 준비하는 당대 광대들의 이야기이고, 다른 한 축은 그것을 쓴 이인직의 삶과 행적이다. 공연 안에 삽입된 1908년 희곡 [은세계]는 극중극 형식으로 삽입되어 이인직이 직면했던 갈등과 당시의 현실, 나아가 지금의 현실을 은유할 것이다. 이를 통해 손진책 연출은 그동안 이인직에게 부여된 과도한 명예를 벗겨주고, 그 명예를 당시의 광대들에게 돌려주고자 한다. 이러한 의도는 이인직의 친일적 행동을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치부(恥部)를 직시하여 새로운 시대에 정직하고 치열하게 ‘반응 ’했던 이인직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이를 통해 손진책 연출은 이인직에게 내려진 과도한 평가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새롭게 제시하고자 한다.
작품의 제목 <은세계>는 이인직이 추구한 은세계, 당시 광대들이 추구한 은세계, 그리고 우리 민족이 추구한 은세계 등 다양한 함유를 가지며. 여러 등장 인물들을 통해 당시이상향을 꿈꿨으나, 그것과 괴리된 현실과 좌절된 상황 등을 작품 속에서 드러낸다.
희곡 [은세계]가 극중극 형태로 구성되어, 당시 선보여졌던 창극형태로 작품 안에서 상연되는 특징을 살리기 위해 왕기석, 한승석 등 우리시대의 명창들이 당대 명창인 김창환, 이동백의 역할을 맡는다. <은세계>의 음악은 실제 국악 라이브 연주로 이루어지며, 특히 아쟁과 대금은 수성가락(隨聲)으로 연주한다. 수성가락이란 일정하게 정해진 악보나 가락 없이 즉석에서 이루어지는 시나위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오직 청음에만 의존하여 주자가 창자의 소리를 듣고 어울리는 새로운 가락을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수성가락은 주자의 뛰어난 기량을 요구하며 창자의 소리의 분위기와 흥을 돋우는 데 가장 적합한 연주기법 또는 연주형태이다.
<은세계>의 무대는 장식적인 효과를 배제하고, 당시 원각사의 공연장 형태로 남아있는 원뿔형의 극장 모양을 주축으로 공연장 밖과 안의 이미지를 동시에 재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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