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곳에 이사 왔을 때 이웃 대형견 한 마리가 늘 묶여있는 게 보였다.
산책을 시켜주고 싶어서 견주 이웃에게 내가 산책을 시켜봐도 되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동네 다른 개와 싸움이 붙었었고 사람끼리의 경험도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용기 내서 다른 길로 오랜만에 산책 다녀왔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제주에 사는 지인에게 했더니,
그분이 대뜸 '어차피 떠날 거면서 정 주지 마라'며 꽤 강하게 잔소리를 하셨다.
내가 떠나면 개가 느낄 상실감에 깊이 이입된 사람의 말이었다.
나는 그 반응에 무척 당황했고, 불편했다.
문득 묶여 있는 이웃집 개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분 생각이 났다.
독일에서 나에게 따스하게 대해주셨던 교민분이 어느 날
내 손을 꼭 잡고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나리 씨는 안 떠날거지요? 다른 사람들은 마음을 주었는데 꼭 떠났어요."
한 자리에서 계속 사람들을 떠나보낸 사람의 서운한 마음이었을까.
어딜 가도 나에게 자기 마음 한 조각내어주는 사람들을 꼭 만났다.
하지만 떠난다는 말에 내어줬던 마음을 거두는 모습들을 더러 보았고,
드물게 어떤 사람들의 상처가 드러나기도 했다.
떠나는 사람만 보게 되는 단면인지도 모른다.
우리와 요즘 가장 가까이 지내는 이웃은
"나는 너무 좋은데. 나리 씨 여기 오래오래 살면 좋을 텐데" 하셨다.
나는 지금 아니면 우리가 언제 이렇게 좋아보겠냐고 했다.
이웃이 환하게 웃으며 맞다고 하셨다.
떠나는 사람은 그런 마음으로 사람들을 사랑한다.
우리가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사랑할까.
*김나리의 <삶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