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내과 의사이자 심리상담사인 ‘비수민’은 심리 놀이의 방법으로
손바닥 놀이를 제안한다.
오른손을 종이에 대고 윤곽선을 그려 오린 다음
다른 사람들이 그린 손 모양과 섞어 놓고 자신의 손 모양을 찾아내는 것이다.
자신의 손 모양을 단번에 찾아낼 수 있을까?
가느다란 곳, 구부러진 곳 가늘고 긴 손가락과 나무의 옹이처럼 울퉁불퉁한 손가락...
나이테처럼 손에도 세월이 만들어낸 주름들이 가득하다.
늘 바라보는 자신의 손을 윤곽 그림에서조차 찾아내지 못한다.
손이 그러하다면 우리 안의 마음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마음을 흰 종이 위에 그려두고 수많은 이들의 마음과 섞어 놓은 뒤
자신의 마음 찾기 놀이를 한다면 마음을 찾아낼 수 있을까?
마음이란 늘 변화무쌍한 것이어서
스폰지처럼 한없이 너그럽고 유연한 것이다가도 콘크리트처럼 견고하고 완고한 것이었다가
깨진 유리 조각처럼 날카로운 것이었다가 비단처럼 보드라운 것이 되기도 한다.
용암처럼 뜨거웠다가 빙하처럼 차가웠다가 꿈틀거리다가 경직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흐느적거리다가 흩어져버리기도 한다.
인간을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라 부르는데 떠도는 사람, 길 위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마음 안에서 길을 잃고 떠도는 사람이다.
그러하기에 자신의 마음을 흰 종이 위에 투사시켜 그려내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손 윤곽을 그리다가 자신의 손에 비로소 관심을 두는 것처럼
마음의 윤곽을 더듬다가 마음의 표정을 읽게 되는 것처럼
수많은 마음을 뒤섞어 놓아도 자신의 마음을 금세 찾아낼 수 있을 때까지
마음 놀이를 계속해야 한다. 마음이란 늘 알 수 없지만….
*려원의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