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801목 짱구: 축구할 때 손 좀 쓰면 안될까? 울라울라~
그대아침
2024.08.01
조회 253
아침공감


짱구 친구 토루가 공을 찬다.
“짱구야 간다! 어어? 근데 축구는 손을 쓰지 못하게 돼 있어!“
짱구가 대답한다. ”그런 건 누가 정했는데?“
“규칙을 만든 사람이 정했지.” 토루가 말하자 짱구가 맞받아친다.
“그럼 그 사람한테 손을 써도 되게 해달라고 하면 되잖아.”
친구들과 액션유치원 축구대회를 대비해 연습 중이던 짱구는
데굴데굴 굴러오는 축구공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걸 본 토루는 손을 쓰지 못하게 돼 있다고 축구 경기의 규칙을 설명했지만,
짱구는 알겠다는 대답 대신 규칙을 만든 사람에게 손을 쓰게 해달라고 하자는
말을 한다. 짱구가 이럴 때마다 난 짱구보다 헛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누군가가 정한 규칙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꿀 수도 있는 거잖아.
말이라도 해보자는 거지.
규칙을 멋대로 지키지 않는 건 나쁜 거지만,
상의해서 정한 규칙이 있다면 다시 합의를 통해 바꿀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런데 왜 먼저 말을 걸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모든 인간관계는 일방적이지 않다.
가족, 친구, 연인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며 일로 만난 사람들 모두 그렇다.
나와 그 사람의 관계가 지금 유지되고 있다면,
우리는 이해하는 마음과
합의하는 생각을 통해 그 관계를 같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란 늘 변하기 마련이고,
우리를 둘러싼 외부 요인은 언제나
통제 밖에 있다.
관계를 맺으면서 자연스레 생긴 일종의 규칙을
어느 한쪽이 지키기 힘들어진다면 그때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둘의 관계를 올려놓은 저울이 균형을 잃고 기울어질 때마다
‘어른의 세상은 결국 혼자 사는 거니까'라며 관계를 종결짓던 일들이
떠오른다. 이제는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더는 힘들어 말고
짱구처럼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손을 쓰게 해달라고 내가 먼저 말을 해보고 싶다.





* 최고운 작가의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에서 따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