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805월 맛있다 맛있다 참 맛있다
그대아침
202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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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공감


주말에 친구들과 근교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가락국수를 먹는데
친구 중 하나가 불쑥 말했다.
“가락국수 참 맛있다.”
가락국수를 먹고 호두과자를 사서 나눠 먹다가
또 누군가가 말했다. “호두과자 참 맛있다.”
모두 사이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그릴에 고기를 굽는데
냄새가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냄새부터 맛있다. 참 맛있다.”
고기가 다 익자 젓가락을 든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고기가 참 맛있네.” 고기를 오물거리며 누군가가 말하자
다들 맞장구를 치며 좋아했다.
그날은 참으로 맛있는 날이었다.
소주를 마시면서 “소주가 참 맛있어”,
담배를 피우면서 “담배가 참 맛있어”,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가 참 맛있어”라고 돌아가며 말하던 날이었다.
순간순간이 참 맛있는 시간이었다.
맛없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간만에 교외로 나오니 참 좋다.
심지어 이렇게 별 보면서 들이마시는 공기도 맛있는 것 같다.”
내 말에 친구들이 환히 웃었다.
웃음에는 왠지 모를 쓸쓸함도 묻어 있었다.
“이런 기회가 점점 줄어들겠지?”
“그럴수록 더 소중해지겠지.”
“뭐가? 맛있는 게?” 그 말에 다들 박장대소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은 맛있는 여행이네?”
겨울바람은 차디찼지만 우리 중 아무도 추워 보이지 않았다.
배가 부르고 마음이 부르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맛있는 음식도 늘 먹으면 싫다고 하지만,
맛있는 순간만큼은 늘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시인 오은의 에세이 '참 맛있다' 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