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장맛비가 오락가락합니다. 매미 소리 또한 오락가락합니다.
한창 비가 쏟아질 땐 매미가 잠잠합니다. 잠깐이나마 비가 멈추면 영락없이 매미가 울어 댑니다.
아파트 방충망에 붙어 온몸으로 비를 맞는 녀석도 있습니다. 비 그치면 또 울어 젖힐 테죠.
장마에도 매미가 우는 걸 보면, 이즈음에 세상에 나오는 녀석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장마가 잠시 멈춘 저녁 숲으로 나섰습니다.
비 머금은 나무에서 매미가 숨죽인 채 쉬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휴대폰 카메라가 바로 코앞인데도 꼼짝하지 않습니다. 숲 곳곳에 빈 껍질들이 숱합니다.
이 장마철에도 숱한 애벌레가 탈피하고 있습니다. 숫제 '나무반 애벌레반'인 나무도 있습니다.
보슬비 부슬부슬 한데 막 껍질을 째고 나오는 녀석이 있습니다.
땅속에서 수년을 살다, 땅으로 오른 날이 하필 비 오는 날입니다.
한둘이 아닙니다. 숲 곳곳에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어두워질수록 탈피하는 매미가 수두룩합니다. 껍질을 벗어난 지 세시간쯤 된 매미입니다.
몸에서 나온 한줄기 액체에 물방울이 매달렸습니다. 보슬비가 만든 물방울입니다.
날개가 말라야 날 수 있을 텐데…속절없는 시간은 흐르고,
보슬비에 날개는 더 젖어만 갑니다.
제 눈으로 지켜본 매미들은 이랬습니다. 어둑해지면 땅에서 올라옵니다.
나무건 풀이건 닥치는 대로 붙들고 위로 올라갑니다.
사력을 다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으로 오릅니다.
날카로운 다리를 나무껍질이나 잎에 박아 몸을 고정합니다. 한참을 쉽니다.
등이 갈라지며 머리부터 빠져나옵니다. 서서히, 꿈틀꿈틀하며 한참을 빠져나온 몸이
바닥을 향해 거꾸로 섭니다. 날개가 서서히 펴집니다.
날개가 어느 정도 펴지면 몸을 일으켜 바로 세웁니다. 껍질에 매달린 채 날개를 완전히 폅니다.
이때부터 날개가 마를 때까지 한정없이 기다립니다.
매미에겐 이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야생 고양이들이 이 순간을 노립니다.
보슬비 내리던 그 날 밤, 숱한 매미가 고양이의 먹이가 되었습니다.
그 고단했던 수년간의 삶이 허무하게도 사라졌습니다.
매미 애벌레가 기를 쓰며 높은 데까지 오르는 이유를 알 듯했습니다.
장마에도 아랑곳없이 숱한 애벌레가 나무를 오릅니다.
보슬비에도 밤새 매미로 탈바꿈합니다. 젖은 채 돋고 펴진 그들의 날개, 젖었지만 영롱합니다.
젖었기에 더딜 뿐, 오래지 않아 날갯짓할 겁니다.
* 사진기자 권혁재의 ‘장마에도 허물 벗는 매미’ 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