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아인슈타인은 친구에게 왜 샤워만 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며 푸념한 적이 있다.
비누질 도중에 물을 멈추고 뭔가 적을 수도 없는데
난감하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취미가 설거지라고 밝힌 바 있다.
내 친구는 뜨개질을 할 때 충만해진다.
샤워, 설거지, 뜨개질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셋 다 규칙적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특히 이 셋은 이들의 직업과 연관성이 전혀 없다는 특징이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소스 범벅의 그릇을 닦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지며 머리가 상쾌해진다고 고백했다.
이때 설거지는 ‘움직이는 명상’이 된다.
본업인 IT 기업의 CEO를 떠나 주부가 되는 게 휴식인 셈이다.
종일 앉아 있는 사무직에게 한참 걸어 올라가야 하는 등산이
휴식일 수 있고, 초등 교사인 내 친구에게 뜨개질은
시끄러운 아이들에게 벗어나 침묵을 선사하는 휴식이다.
우리가 쉬지 못했다고 느끼는 건 ‘뇌’가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비롯한 운동이 격렬한 움직임에도 휴식을 주는 건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행위 때문이다. 뇌는 반복을 좋아한다.
우리 뇌가 후크송에 중독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도 그렇다.
작가인 내 경우 읽고 쓰는 행위를 떠나는 게 휴식인데,
색연필로 ‘컬러링 북’의 빈칸에 다양한 색을 칠하다보면
곤두선 신경이 가라앉고 온전히 현재에 머무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휴식은 무용지물의 세계로 침잠하는 일일지 모른다.
넷플릭스의 창업주 리드 헤이스팅스는
자사의 경쟁 상대로 ‘인간의 수면’을 꼽았다.
내게 이 말은 휴가 동안 침대와 넷플릭스만이
휴식의 정답이 아니라는 말과 같다.
여름 휴가에는 다양한 쓸데없는 일들을 해보자.
* 작가 백영옥의 <백영옥의 말과 글>에서 따온
'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