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제자에게 선물을 받았다. 얼마 전부터 아버지가 닭들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내가 달걀을 좋아하는 게 생각나서 얻어 왔다고 말했다.
닭들을 마당에 방사하고 키워 얻은 알들이니 얼마나 신선할까.
박스에는 열여덟 구의 갈색 달걀이 들어 있었다.
이런 좋은 선물을 덥석 받아도 되나...
작가 ‘셔우드 앤더슨’의 <달걀>이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큰 욕심 없이 살아가던 아버지가 가족에 대한 책임을 느끼곤
양계장 사업을 시작하지만 실패한다. 그 후 작은 음식점을 차린 아버지는
손님에게 유흥거리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일념에 달걀로 마술을 부리려는
시도를 한다. 어느 날 한 젊은이를 상대로 달걀을 세워 보이는 것도,
좁은 유리병에 달걀을 집어넣는 마술도 다 실패한 아버지가
마침내 어머니 침대 옆에서 무릎을 꿇고 “어린 소년처럼” 우는 모습은
실제로 본 것같이 가슴이 아프다. 그런 아버지의 빈 정수리를 어머니가
쓰다듬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은 또 얼마나 쓸쓸한지.
그 제자의 아버지 생각을 문득 했다.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지지난 해인가,
1년 가까이나 가족도 모르게 잠적을 해야 했다던.
그래서 맏딸인 제자가 휴학할 수 밖에 없었고 마음고생도 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좋은 책을 알려주거나 이따금 밥을 사주는 일밖에 없었다.
다행히 시간은 나쁜 쪽으로만 흐르지 않았다.
그 제자의 아버지가 요즘 서울 근교에서 작게나마 마당에 닭들을 키우며 살고,
표정이 다시 환해진 제자가 가끔 거기 가서 아버지를 만나고 달걀을 얻어오곤 한다니.
달걀에 관한 속담 중에 ‘달걀도 굴러가다 서는 모가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좋게만 대하는 사람도 성낼 때가 있다’라는 뜻 외에도
‘어떤 일이든지 끝날 때가 있다’라는 의미로도 읽는다.
이 작지만 특별한 달걀이, 나에게는 제자의 가정에 있던 그 어려움이
지나갔다고 말해주는 듯 보인다.
셔우드 앤더슨의 <달걀>은 발표 당시 ‘달걀의 승리’라는 제목이었다.
사물도 아닌 달걀 한 알을 손으로 감싸 쥐고 있다가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소설가 조경란의 책 <소설가의 사물>에서 다온 글.
줄인 내용이 많으니 원문으로 확인해주시고
개인 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