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밥_산복도로 111>
-강영환
새벽밥을 멕여 학교에 보낼 때는 봉황을 품었지
꿈처럼 저놈이 대통령이 될란가 장군이 될란가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 밀어 올리며
연탄불에 밥을 새로 안치고
따뜻한 찌개로 밥상을 차렸지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하는 아들 대신
산동네에다 집을 지었다
경식이는 장발 배달꾼
운전기사가 된 종현이는 깍두기 머리
장군은 택배기사
대통령은 초등교사
새벽밥을 멕여 학교에 보낼 때 어머니는
대통령의 어머니
장군의 어머니
꿈꾸며 밥을 지었다
-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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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는 부산에서 가장 최초로 생긴 도로입니다.
일제강점기부터 몰려든 노무자들의 보금자리가 된 산동네를
잇기 위해 1964년에 개통된 도로였대요.
지금은 부산의 가난한 역사에서
부산의 서정적 미래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치열하게 살아 낸 부산 산동네의 이런저런 삶의 애환들이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 펼쳐집니다.
사는 게 힘들다고 꿈조차 꿀 수 없는 게 아닙니다.
마음 한구석에 차곡차곡 새겼던 꿈들이 있어,
그 척박한 삶을 살아 낼 수 있었던 거지요.
내가 못 이룬 꿈을 자식에게 얹어 보던 부모님들도
나름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꿈꾸었던 일이 꼭 이루어졌으면 더 좋았겠지만요.
꿈을 갖는 다는 건 얼마나 가슴 벅차고 놀라운 것인지...
생각만 해도 눈물겨운 것입니다.
*김경미 시인의 감상글이 이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