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15 (월) 봄비와 라일락
저녁스케치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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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에 젖은 라일락꽃
축 늘어져 고개 숙일 때면
차마 그냥 두고 보기 안쓰러워
내 마음 갈대처럼 흔들린다.
어저께 뜨락에서
새콤한 향기 가득 뿌릴 때
문득 떠오르는 그리움에 이끌려
시들었던 내 마음 살아났는데
기운 빠진 뒷모습 심히 처량해
내 가슴 속상해 하늘처럼 텅빈다.
아침햇살 폭포처럼 쏟아지던 날
보랏빛 눈부셔 눈을 감았고
실바람에 살며시 흔들릴 때면
다가서기조차 두려워 물러섰는데
야속한 빗줄기 그치지 않고
차가운 봄바람 마구 흔들 때면
너의 아픔 차마 마주할 수 없어
우산을 든 채 네 곁에 이렇게 서 있다.

박인걸 시인의 <봄비와 라일락>

누군가가 비바람을 맞고 있거든,
굳이 아픔을 묻지 말고
살포시 마음 우산을 펼치기로 해요.
시련이 상처 없이 스쳐 지나가도록
한 번쯤은 소리 내 맘껏 울 수 있도록
혼자라는 생각에 서럽지 않도록
가만히 마음 우산을 기울여 주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