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묻는다, “저를 기억하시겠어요?”
언제쯤 박음질된 안면일까, 희미하던 눈코입이
실밥처럼 매만져진다
무심코 넘겨 버린 무수한 현재들, 그 갈피에
그가 접혀 있다 해도
생생한 건 엎질러 놓은 숙맥(菽麥)이다
중심에서 기슭으로 번져 가는 어느 주름에
저 사람은 나를 접었을까?
떠오르지 않아서 밋밋한 얼굴로
곰곰이 각별해지는 한 사람이 앞에 서 있다
김명인 시인의 <각별한 사람>
기억은 아주 두꺼운 책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책갈피를 껴두고
메모를 적어두지 않으면
페이지를 넘긴지 얼마 못가서
내용이 사라져버리는 책 말이죠.
종종 기억의 한 페이지를 펴보아야 할 거 같아요.
소중한 사람과, 기억과, 대화까지 까맣게 사라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