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잠에서 깬 아침
팔을 돌려 토닥토닥 저를 두들기는 소리에
허리가 아프냐고 물으니 등짝이라 대답합니다
하늘빛을 닮은
영원할 것처럼 빛나던 빙하가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해안선까지 밀려온 등짝 같은 빙벽이
삶의 온난화에 토닥토닥 무너지고 있습니다
다시 코를 고는 아내의 숨소리에서
포말을 일으키며 하얗게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소리가 들립니다
만년설로 쌓인 아득했던 날들이 녹아 속살을 비추고
어른거림 속에 박제가 되어가는 푸른 등이 보입니다
고래를 꾸던 꿈은 이제 꼬리만 남았습니다
차츰 중심에서 멀어져 떠도는 유빙 위에
흰곰 한 마리가 올라가 시린 등짝을 핥아주고 긴 털로 감싸주며
작아져 가는 어미의 모습을 지켜봅니다
번쩍 깨 두리번거리던 아내가
지금 몇 시냐고 묻습니다
등짝을 일으켜 세우며
조금씩 허물어지는 아침이 쓸쓸합니다
이삼현 시인의 <등짝>
근심과 걱정, 불안,
반복되는 고된 일이 삶을 가득 채우다보면
삶에도 온난화가 찾아오는가봅니다.
아내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아는 남편으로서
아내의 작아지는 등을 보는 것은 얼마나 마음이 아픈 일일지...
남편과 아내...
서로의 작아진 꿈이
내 탓인 듯해 미안해질 때가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