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헛헛한 날엔 한강 둔치를 걷는다
강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곁에서 물결치는 갈댓잎도 강을 헤엄치는
등이 푸른 물고기도 말을 걸어온다
키 작은 나뭇가지에서 앵두꽃과 자잘한 풀꽃들이
조용하게 말을 걸어온다
강 건너 밀집한 옥수동 아파트도 말을 걸어오고
강둑에서 도란거리는 젊은이들의 풍경도
눈짓을 보내온다
내 말은 바람에 실려 하늘로 날아간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나는 또 누구에겐가 말을 건다
수면 위에 반짝이 햇빛 그 빛남에게
물결치는 잔디에게
강바람을 질주하는 자전거 바퀴에게
내 옷을 스쳐가는 그 바람에게
홀로 앉아있는 통나무 의자에게도
저 하늘 잿빛 구름에게도
아픔은 위안에게
내 몸에 고인 슬픔에게
하순명 시인의 <사물들의 말>
마음이 헛헛한 날에는 산책이 도움이 되죠.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하고
잿빛 구름에게도 말을 걸고
나무에게도 반가운 인사를 전하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에게 말을 거는 거죠.
'이제 좀... 나아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