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시골길을 민간인 하나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시골의 길들이 그러하듯이
인생의 길들은 비포장이다
길 양켠 웃자란 고추밭 위로 털뭉치 같은 어둠이 툭툭 떨어져 쌓인다
저 아래 물이 가득 찬 금광저수지에 뜬 달은
은박지를 오려붙인 것 같다
달 아래 새들은 세계의 어떤 쓸쓸한 징표처럼 날아간다
뻑뻑하기만 한 가난도 조금은 헐거워지는 밤
어디선가 아이가 자지러지게 운다
장석주 시인의 <자전거 타고 가는 길>
어떤 이가 시골길 한가운데를
낡은 자전거로 가로지르는 풍경이 그려집니다.
그 사람에게 자전거를 타는 일은
평범한 생활의 일부이지만
그조차도 한발 멀리서 보면 그림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