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두드린다 아는 체하며
돌아보니 살며시 등을 기대는 가로수
'쉬었다 가렴'
푸른 물소리로 말을 건넨다.
그렇구나
숱하게 이 길을 오갈 때마다
나무는 나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구나
등으로 내게 눈길을 주고 있었구나
등으로 전해지는 푸른 물소리
하늘엔 땡볕이 타고 있는데
기다리고 있었구나 나무는
푸르게 그늘을 만들며.
김재수 시인의 <가로수>
이렇게 더운 날
가로수가 만들어주는 그늘이라도 없었으면
거리를 어떻게 걸어 다녔을까 싶지요.
우리가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던 때에도
나무는 잎을 키우고 가지를 넓히며
우리를 바라봐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우리의 주변에도 이렇게 나를 지켜봐주는
무심히 그늘이 돼주는 누군가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