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3 (월) 새를 떠나보내는 저녁 무렵
저녁스케치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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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새를 멀리 날려 보내야만 하는 시간입니다.
나뭇가지가 아리게 떨려오기 전에 새의 무게를 비워내야 합니다.
새가 맘 편히 떠나도록 햇빛그물이 더 성글어질 때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합니다.
새가 단숨에 날아오를 수 있게 아직은 가지의 탄력을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먼 길 가는 새를 위해 벌레 앉은 이파리 하나쯤 살짝 흔들어도 되겠지요.
텅 빈 자리를 견디려면 새의 그림자까지도 훨훨 날려 보내야 합니다.
가도 가도 아직 날아갈 곳이 남은, 단 하나의 새를 위해 허공의 담장을 허물어야 합니다.
사랑이라는 매듭으로 새를 묶어두려 하지 말고 남은 한 올의 마음까지 다 풀어내야 합니다.
더는 뒤를 돌아보지 않도록 하나뿐인 이름을 하얗게 지워야 합니다.
단 하나의 새라는, 그 기억마저 온전히 지워내는 순간까지는
나에게로 오는 문을 잠가야만 하는, 지금은 귀먹고 눈멀기 참 좋을 저녁 무렵입니다.

박완호 시인의 <새를 떠나보내는 저녁 무렵>


그다지 마음에 흡족하지 않는 하루였어도,
썩 개운치 않는 마음이 들더라도,
미련을 놓아야할 시간이지요.
붙들고 있던 새의 그림자까지
모두 보내 주어야할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