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6 (수) 손의 의지
저녁스케치
20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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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랑과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사람 사이에서

나의 한 손은 나의 이마에 나머지 한 손은 너의 심장 위에
너의 한 손은 나의 심장에 나머지 한 손은 너의 이마 위에

우리는 그것을 의지라고 쓴다
진심이라고 부른다
마음이라고 말한다

풀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의 의지
바람은 바람이 없는 쪽으로 불고

바람이 사라진 어제와 바라지 않아도 오는 내일 사이에서

나의 한 손은 너의 입술 위에 나머지 한 손은 나의 두 눈 위에
너의 한 손은 너의 두 눈 위에 나머지 한 손은 나의 입술 위에

우리는 그것을 침묵이라고 쓴다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건 다만
사람의 일일 뿐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과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사랑 사이에서

작고 반짝이는 것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낮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높은 곳에서 더 높은 곳으로

한 손으로 쓰고 한 손으로 지운다
한 손 위에 한 손을 포갠다

하늘이 흔들린다
바람이 운다


김선재 시인의 <손의 의지>


오늘 현충일...
가슴 위에 한 손을 얹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해보는 날입니다.
바람이 사라진 어제와
바라지 않아도 오는 내일 사이에서
감사하다고... 감사하다고... 되뇌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