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8 (금) 바닷가 사진관
저녁스케치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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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 곰팡이 핀 보름달 빵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은 천연기념물
사진사의 김치, 소리에도 부리 앙다문 새들은
어시장 소금절인 갈치처럼 웃지 않는다
성한 곳이란 하나도 없는 날갯죽지
물버짐 핀 발가락 붕대를 감은 채
환갑을 맞이한 어미새 깃털 뿌리뽑힌 가슴에
그 옛날 물속에서 부화한 새끼들은
부리라도 비비고 싶지만
셔터를 누를 때마다 반짝이는 물이랑
가라앉아 버린 물속의 빈집을 추억하는
거짓말처럼 살아온 날들이 되감아진다
저물지 못하는 햇살 머뭇거리는
붉은 커튼이 드리워진 유리창 너머
병든 어미새 남겨두고 또 다른 도래지 찾아
하나 둘 깃을 치는 철새들의 속내까지
현상할 수 있을까, 물 속 인화지 서럽게 출렁이는
남쪽 나라 바닷가 사진관

서동인 시인의 <바닷가 사진관>


멋진 풍경일수록 사진에 다 담질 못하죠.
아무리 셔터를 눌러도
직접 보는 것만큼 찍히지를 않아서
카메라를 내려놓을 때가 있습니다.
하물며 한 평생을
자식 위해 살아온 어미의 속은
무엇으로 담아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