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은 염치를 알아서 고개를 숙인다네요
나무도 아니고 꽃도 아닌 게
염치가 없어서 고개를 숙인다네요
고개를 묻고 소곤거리는
풀섶을 따라 걷는다
산에선 이따금 쉬어가야 해요
영혼은 걸음이 느려서
기다려줘야 하거든요
영혼이 어디쯤 오나 돌아본다
오솔길이 한참을 더 깊다
남유정 시인의 <산에서 만난 사람>
인디언들은 달리다가도
잠시 멈추어 뒤를 돌아봤다고 하죠.
저 뒤에서 오는 영혼을 기다려주기 위해서요.
산에 오르면 오래전 인디언들의
맑은 마음의 닮게 되는 거 같아요.
오르면 오를수록
인간이란 존재가 너무 작게 느껴져
풀잎처럼 겸손해지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