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락 말락 하는 철봉이 훨씬 매력적이었다
손가락 끝에 살짝 닿았을 때의 짜릿함이 더 높은 곳을 보게 했다
높이 올라갈수록 그넷줄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높은 것보다 좋은 건 더 높은 거였지만
떨어지기 전에 잠깐 멈추는 순간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줄을 놓고 뛰어내릴 때가 제일 좋았지만
누군가 올라가면 누군가 내려와야 했다
한 쪽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우면 재미가 없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앞으로 다가가 앉거나 뒤로 물러나 앉아야 했다
계단으로 올라가서 미끄럼틀로 내려오는게 싱거워지면 미끄럼틀로 올라갔다
그러다 내려오는 친구에게 떠밀려 미끄러지기도 했는데 종종 싸움이 벌어졌다
올라가는 사다리가 옆으로 놓이니 건너가는 사다리가 되었다
건너가는 게 올라가는 것보다 어려웠다
이장근 시인의 <놀이터에서 배운 것들>
난 어떨 때 행복한지, 언제 다가가고 언제 물러나야하는지,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인지... 놀이터에서 진작 다 배웠는데 말이죠.
알고 있던 것들도 자꾸 잊어버리게 되네요.
자꾸 다른 길로 갑니다.
놓아버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오르는 것보다 건너는 것이 힘들다는 걸 잊어버려서...
우리는 자꾸만 인생을 헤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