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1 (목) 텃밭공화국
저녁스케치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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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평짜리 텃밭을 일구고
봄부터 상추 열무 오이 고추 옥수수 심어놓고
오종종 자라나는 푸성귀 들여다보는 일
우리나라만큼이나 인구 밀도가 높은 땅의
어린 푸성귀 백성들을 돌보는 일은
한 나라의 왕이 되는 일 만큼이나 가슴 벅찬 일이다
눈 뜨면 가장 먼저 텃밭으로 달려가
'평안히 주무셨는가?' 나는 어린 백성들의 안부를 묻는다
태양의 밝기나 바람의 세기, 구름의 양을 가늠하며
푸성귀들의 하루를 걱정한다
가끔 새와 벌 비가 와서 소란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곧 잠잠해진다
평생 내 땅 한 평 갖지 못하다가 시골에 와서
열 평짜리 텃밭을 일구고 하나의 나라를 얻었다
날마다 푸성귀들 앞에 쭈그려 앉아
어린 것들을 들여다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마음속에 억만 평짜리
광활한 사랑의 왕국이 날마다 열리는 것을 보았다

주용일 시인의 <텃밭공화국>


식물들은 관심과 사랑을 주는 만큼
푸른 잎으로 줄기로, 열매로 보답을 하죠.
내 손으로 뭔가를 일구고
성과를 얻는 것은 언제나 참으로 뿌듯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