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앞 미풍해장국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젯밤부터 불이 꺼져 있더니
오늘 낮까지 문이 잠겨 있습니다
문 닫힌 한낮의 식당 안을 들여다보는 건
왠지 섭섭하고 걱정이 드는 일입니다
해장국의 뜨뜻하고 뿌연 김이 가라앉은 식당에선
유리문 사이로 서러운 비린내 같은 게 새나옵니다
옆 건물 콜센터의 상담원 처녀들이
늦은 밤 소주 댓 병과 함께 뱉어낸
고객님들의 악다구니와 욕지거리들도
식당 바닥 찬물 위에 굳은 기름으로 떠 있습니다
의자와 정수기와 도마와 탁자와 계산대는 다들
앞길이 막막하다는 표정으로
그늘 속에 반쯤 얼굴을 묻고 있습니다
나는 젊은 주인 내외가 무슨 상이라도 당했으려니,
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너무 슬픈 나머지
쪽지 하나 붙이고 가는 일 깜빡했으려니 짐작하면서
하루 이틀 기다려 보자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이제 초여름인데 벌써 공기가 후줄근합니다
미풍이 좀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콜센터 아가씨들에게도 해장국집 착한 부부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바람이 좀……
오성일 시인의 <미풍해장국>
선풍기에 미풍, 약풍, 강풍 버튼이 있으면
그중에서 미풍을 가장 많이 틀지 않나요?
‘정’이란 게 선풍기의 미풍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담스럽지 않은 세기로 존재하다가
없어지면 숨이 턱하고 막히는 그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