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슬픔이 있는 날에는 장맛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나뭇잎들이 미친 듯이
목 놓아 울다보니 시궁창이 범람했다
미움
원망
사랑해서 사랑해서 어쩌지 못한 그리움
폭풍우 휩쓸고 가면
맑은 하늘 쌩긋 미소 짓는다
긴 아픔이 있는 날에는 장맛비 내렸으면 좋겠다
거친 숨소리 바람에 실려 가면
넋이 나간 듯이 찾아오는 쉼표
늦은 오후 뽀얗게 하늘 열렸다
사뿐해진 발걸음
개망초 꽃이 기운 몸을 일으키며
다시 흐드러진다
산다는 건 그런 거야
흔들리며 사랑하며
원망하며 그리워하며
쓰러져도 풀씨하나 남기는 거야
오순화 시인의 <장마>
지루한 장마가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맑아지겠죠.
맥을 못 추던 꽃들도
다시 일어나 흐드러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