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길을 함께 걸었어요.
나뭇잎의 색깔이 점점 엷어지면서
햇살이 우릴 쫓아왔죠.
눈이 부시어 마주보았죠.
이야기 했죠.
그대 눈 속의 이파리는 현실보다 환하다고.
그댈 사랑한다고 말하기가 어려워
나뭇잎이 아름답다고 했죠.
세상 모든 만물아, 나 대신
이야기 하렴.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그러나 길은 끝나가고
문을 닫을 시간이 왔죠.
그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기 위해서
나뭇잎이 아름답다고 했죠.
노혜경 시인의 <고독에 관한 간략한 정의>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는
어색한 침묵의 시간들이 많았죠.
함께 걷는 동안에도 서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나뭇잎이 예쁘네, 햇볕이 참 좋다” 같은 애꿎은 말만 반복했어요.
또각거리던 구두소리가 유난히 들리던 그때처럼
설레던 시간들이 그립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