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튼실한 푸성귀를 고르는데 며칠이 걸렸다
죄 없이 뽑혀나가는 어린뿌리들
풀 물든 손끝이 아리다
무리 속에서 사람도 솎아낼 때가 있다
알짜를 알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
나도 누군가의 손에 솎아진 사람은 아니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오늘은 그 손을 탓하지 않으리
생의 텃밭에 알짜로 남고 싶다
마지막 한 포기로
이규자 시인의 <솎아내기>
텃밭의 풀을 솎아내 듯이
휴대폰 전화번호부를 살피며
주변사람들을 정리할 때가 있지요.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지웠듯이
누군가는 전화번호부에서 내 이름을 지웠을 겁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언제까지나 지워지지 않는 사람으로 남았으면...